기후변화는 삶의 터전을 붕괴시킬 수 있다. 방글라데시는 해수면 상승의 위협에 직면해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환경 친화적 경제정책이 ‘삶의 질’ 향상과 경제성장에 모두 긍정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획경제부는 17일 OECD가 지난 5월 23일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과 성장을 위한 투자’ 보고서를 요약·소개했다.

보고서는 가장 먼저 “경제성장이 시민들의 삶의 질을 충분히 향상시키지 못했다”고 문제제기했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과 만성적인 고용불안이 횡행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 하락을 경험했다. 주택·교육·건강에 대한 고민은 이제 선진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포용적 성장’이 주요 국가와 국제경제단체의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보고서는 경제와 환경 부문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 건강한 경제성장이 파이도 키운다

환경보호를 위한 산업규제에 반대하는 진영은 막대한 비용부담과 경제적 손실을 주된 근거로 든다. 일례로 지난 6월 1일(현지시각)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한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규제가 미국인들에게 “매우 가혹한”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OECD는 친환경발전이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봤다.

OECD는 전 세계적 기온상승을 2도 이하로 막겠다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가 50% 확률로 달성될 수 있도록 친환경산업에 투자했을 때 G20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2021년에는 1%, 2050년에는 2.8%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항목별 분석 결과 친환경산업의 성장력과 탈탄소를 위한 투자효과가 산업구조 전환비용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방지한 효과까지 감안하면 2050년의 친환경발전 경제성장효과는 4.7%에 달했다.

친환경 인프라구축을 위해 예상되는 투자비용 또한 우려되는 것만큼 크지 않았다. 현재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소요될 인프라투자비용은 연평균 6조3,000억달러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OECD는 동기간 기온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66% 확률로 달성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계획이 진행될 경우 추가적인 비용증가폭은 1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동일 조건 하에서 연평균 4조7,000억달러였던 화석연료 사용비용이 3조달러로 절감되는 것을 고려하면 친환경발전 쪽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보다 날카로운 비판은 이익분배와 경제격차 부문에서 제기됐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과거 석탄·석유발전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게 친환경성장을 요구하며 각종 산업규제를 적용하는 행위를 ‘사다리 걷어차기’에 빗대어 비판한 바 있다. 친환경발전으로 인한 경제성장은 이미 일정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보유한 선진국만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뜻이다.

OECD의 이번 보고서는 “모든 국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 속도와 감축량에서는 국가별 경제수준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개별국가의 경제성장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관련의무를 수행하도록 제안된 가이드라인은 저소득국가의 경우 2020~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G20 평균배출량은 2016~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50년에는 2010년의 20% 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결단력 있는 전환’ 위해 투자 유인해야

보고서는 현재의 경제 환경이 친환경발전에 나설 ‘흔치 않은 기회’라고 강조하며 저탄소 경제체제로의 전환 결단을 요구했다. 저금리기조로 친환경 인프라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용이하다는 점이 중요한 근거로 제시됐다. OECD는 보고서의 마지막 장에서 보다 구체적인 재원조달방안들을 제시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

민간투자의 방향을 화석연료 등 탄소 중심의 자산에서 친환경 인프라와 기술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가장 먼저 제시됐다. 투자자들의 접근을 가로막는 위험요인 제거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저탄소산업에 대한 투자수익을 명확히 제시하고 보험과 헤징 등 투자손실방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 친환경사업 전문투자 채권인 ‘그린본드’의 활성화도 언급됐다.

해외직접투자와 공적개발원조를 위한 다자개발은행의 역할도 강조됐다. 보고서는 2005년에서 2014년 사이 에너지·교통·수자원 분야를 중심으로 다자개발은행의 친환경 인프라에 대한 투자액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다자개발은행은 투자동원력이 높고 국가정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보다 원활한 자금 및 자원이동을 위해선 안정적인 금융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덧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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