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고속은 배당과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고속버스 업체 천일고속이 올해도 ‘고배당’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적극적인 배당정책은 주주가치 실현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천일고속의 고배당 뒤엔 또 다른 이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일고속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2분기 실적에 따른 분기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8억5,000여만원이며, 1주당 1,300원의 배당금이 돌아간다. 배당은 이사회 결의일로부터 20일 내에 실시될 예정이다.

천일고속은 앞선 1분기 실적을 기준으로도 분기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1분기엔 규모가 더 컸다. 주당 3,000원씩, 총 42억8,000여만원을 배당했다. 상반기 실적으로만 60억대 배당금을 푼 천일고속이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1분기와 2분기 각각 21억4,000여만원을 배당해 상반기 배당금만 42억원이 넘었다. 이어 결산배당으로 71억3,000여만원을 배당했다. 지난해 전체 배당금 총액은 114억원에 이른다.

◇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배당… 이유는 세금내려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1년에 한 차례 배당을 실시한다. 물론 포스코처럼 주주친화 정책을 위해 분기배당을 꾸준히 실시하는 곳도 없지 않다.

하지만 천일고속의 고배당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천일고속의 최대주주는 박도현 대표로 44.97%를 보유 중이다. 또한 동생인 박주현 부사장이 37.24%를 갖고 있다. 두 형제의 지분만 합쳐도 82.21%다. 여기에 두 명의 친인척까지 더하면 85.74%의 지분을 오너일가가 쥐고 있다.

즉, 고배당의 대부분이 오너일가에게 향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1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이 천일고속 오너일가에게 배당금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배당이 실적과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천일고속은 올 상반기 1억원이 조금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순이익은 25억원에 그쳤다. 그런데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배당금을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는 더 심했다. 지난해 연간 순수익이 24억원이었는데, 무려 114억원을 배당한 것이다. 4배 이상 많은 규모다. 그동안 쌓아둔 이익잉여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인데, 이로 인해 2014년 263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이 2015년 198억원, 지난해 98억원으로 뚝뚝 떨어졌다.

천일고속은 2015년부터 배당금이 급증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천일고속의 고배당이 2015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 이전의 배당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배당이 없었다. 2010년의 배당도 5억7,100만원뿐이었다.

여기엔 그만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일고속은 2015년 4월 대규모 주식의 실명전환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창업주 고(故) 박남수 명예회장이 무려 68.77%의 지분을 타인의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가 이를 실명으로 전환한 뒤 두 손자에게 증여한 것이다.

이로 인해 천일고속 오너일가는 막대한 증여세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증여세 규모는 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부터 시작된 고배당 행보는 바로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나가기 위한 복안인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천일고속은 대표적 고배당주이며 이는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고배당 정책은 주주들이 아닌 오너일가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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