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 스토리 아티스트

이전까지만 해도 전쟁 영화의 주인공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한 개인에 의해 세상이 바뀌는 모습이나 잔인한 전쟁 속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주인공을 보며 사람들은 자신이 영웅이 된 것처럼 환호했었다. 하지만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올해 영화관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영화 ‘덩케르크’와 ‘군함도’의 이야기다.

영화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게 포위된 채 덩케르크에 고립되었던 영국군과 그들을 구하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영화 시작과 동시에 만나게 되는 토미는 영국 육군 이병으로 영화 내내 용맹하게 전투를 하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기만 한다. 어떻게든 덩케르크에서 떠나보고자 들 것에 누워있는 부상병을 들고 영국행 병원선에 타려고 하거나, 침몰당한 배에서 빠져나온 척 일부러 물에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은 전쟁 영화의 주인공보다는 조연에 가깝다.

영화 '군함도'는 일제강점기에 맞춰 살아가던 한 악단장, 이강옥에게 초점을 맞췄다. 일본인들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자신의 악단을 먹여 살리려는 강옥에게서는 독립의 의지나 일제에 대한 분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군함도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은 다른 조선인들과는 다르다며 가미카제의 노래인 '동기의 벚꽃'을 연주하고, 일본 관리들의 비위에 맞춰 어떻게든 빠져나오려는 모습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주인공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게 위의 두 영화는 주인공 같지 않은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동안 등한시되었던 이야기를 해본다. 그들의 인생엔 국가주의나 영웅주의보다는 눈앞에 닥친 역경 하나하나를 넘어가는 것만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서운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불의를 참아가며 살아남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사실 그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었을 만한 일반적인 이야기지 않았을까?

작품은 시대를 반영하는 법이다. 한 명의 영웅이 세계를 바꾸기보다는 커다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개인의 모습이 더 동감가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의라는 이름 아래 개인이 희생되는 것에 반발하는 사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문득 촛불집회를 하던 수많은 시민이 떠오른다. 만약 촛불 집회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누가 주인공일까? 어쩌면 촛불을 들고 있던 사람 한명 한명이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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