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어맨W는 이제 한 달에 50대도 팔리지 않는 모델이 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45대. 조금 믿기 어렵지만, 지난 7월 쌍용자동차 체어맨W의 판매실적이다. 앞선 6월의 48대보다 3대 줄었다. 올해 단 한 번도 월간판매 100대를 넘지 못한 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체어맨은 국산 최고급 세단의 첫 주자로 1997년 등장해 파란을 일으켰다. 벤츠와 기술제휴를 통해 만들어진 체어맨은 성능과 외관 모두 뛰어났고, 금융위기 속에서도 견고한 판매실적을 보였다.

이후 현대자동차가 에쿠스를 출시하며 라이벌이 등장했지만, 체어맨의 입지는 탄탄했다. 2000년대 초중반, 체어맨의 연간판매량은 1만대를 훌쩍 넘겼다.

문제는 이것이 10여 년 전 이야기라는 점이다. 현재 판매 중인 체어맨은 2008년 출시된 2세대 체어맨W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2008년 당시 쌍용차는 체어맨을 체어맨H와 체어맨W로 분리했는데, 하위모델인 체어맨H는 2014년 단종됐다.

그도 그럴 것이 쌍용차는 2000년대 후반 극심한 위기와 혼란을 겪었다. 신형 모델을 개발해 내놓을 여력이 없었던 시기다. 그나마 안정을 찾은 뒤 선보인 것이 2015년의 티볼리였다.

쌍용차는 지난해 2월 일부 상품성을 개선한 체어맨W 카이저를 선보였지만, 극히 부분적이 개선에 불과했다. 그 시기 라이벌 현대차 에쿠스는 제네시스 EQ900으로 변신해 압도적인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체어맨W로서는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이후에도 체어맨W는 줄곧 내리막길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과거의 영광을 잃은 상태다.

◇ 신형도, 단종도 없다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체어맨W를 다시 깨울 방법은 신형 모델 출시뿐이다. 파격적인 가격할인이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소생시킬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문제는 쌍용차의 신차 출시 계획에 체어맨W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티볼리에 이어 G4 렉스턴을 선보인 쌍용차는 향후 매년 신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픽업트럭 Q200을 준비하고 있고, 2019년엔 티볼리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코란도C 후속모델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라인업 전반을 고루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유독 체어맨W에 대한 계획은 특별히 내놓은 것이 없다. “단종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쌍용차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에게 체어맨W도 급하지만, ‘SUV 명가’ 위상 회복이 더 시급한 문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체어맨W 같은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은 일반 차량에 비해 개발과정에 더 많은 비용과 기술이 요구된다”며 “그렇다고 성공이 보장된 것은 결코 아니어서 쌍용차로서는 위험부담이 크다. 우선은 강점을 지닌 SUV, RV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굳이 단종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이 또한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다. 20년의 세월을 지켜온 모델을 단종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체어맨W에 붙는 각종 ‘원조’ 타이틀과 쌍용차 플래그십 모델로서의 상징성 등도 “단종은 없다”고 강조하는 쌍용차의 마음을 읽게 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체어맨W의 향후 계획에 대해 밝힐만한 내용이 없다”며 “단종을 결정하는 것 역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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