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싸이월드에 투자한 소식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싸이월드 홈페이지>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이 국내 1세대 SNS인 ‘싸이월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과거 영광을 누렸던 싸이월드지만, 현재는 페이스북 등에 밀려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삼성은 싸이월드의 어떤 점을 가능성으로 꼽았을까.

◇ 삼성전자, 쇠퇴한 싸이월드에 투자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투자 자회사 ‘삼성벤처투자’는 최근 싸이월드와 투자 계약을 맺고, 1차 투자금을 집행했다.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약 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의아한 반응을 보인다. 이번이 삼성과 싸이월드의 첫 만남은 아니지만, 싸이월드의 현 상황이 그리 좋진 않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와이파이가 탑재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싸이월드에 바로 올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또 2012년엔 삼성 스마트TV에 탑재된 음성 인식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음성명령으로 싸이월드 사진첩을 볼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을 진행할 당시엔 싸이월드가 그래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을 때다. 현재 싸이월드는 스마트폰 보급 이후 적응 부족으로 급격히 쇠퇴한 상태다. 싸이월드의 국내 SNS시장 점유율은 2011년 59.8%에 달했지만, 2015년 2.4%까지 하락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영을 맡았던) SK컴즈가 2011년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곤혹을 겪었다”며 “스마트폰 붐이 일던 시기에 터진 사태 때문에 시장 적응이 늦었다”고 말했다.

결국 SK컴즈는 싸이월드를 분사시켜 재기를 노렸지만 실패했고, 지난해 7월 에어라이브코리아(전재완 대표)가 싸이월드를 인수하면서 부활을 준비중이다.

◇ ‘추억’으로 무장한 싸이월드, 부활 가능성은?

삼성은 이번 투자가 특별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자회사 삼성벤처투자는 스타트업이나 벤처에 대해 일상적으로 투자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 건도 투자활동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삼성의 투자의도에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삼성이 AI(인공지능) 기술과 연동되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내다본다. 올해 삼성전자가 선보인 인공지능 ‘빅스비’의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선 콘텐츠가 필수라는 점에서다. 이는 싸이월드의 재도약과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싸이월드는 자체 운영하는 뉴스채널도 없고, 사용자수도 많이 떨어져나간 상태다. 또 과거 모았던 가입자들의 데이터는 옛 콘텐츠에 불과해 플랫폼의 한 축을 맡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과거의 콘텐츠는 ‘추억’이란 무기가 될 수 있다. 실제 삼성의 싸이월드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 싸이월드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페이스북 등 개방형 SNS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싸이월드의 부활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비스 도입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결정할 것이란 뜻을 전했다. 추억을 되찾아온 고객들을 싸이월드가 얼마나 붙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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