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흔히 큰일을 치르고도 별다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 경우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도심 속 지뢰라 불리는 ‘싱크홀’ 문제를 다루는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 방식을 보고 있으면 이 같은 조롱 섞인 표현이 절로 떠오른다. 과연 정부와 지자체가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불안요소 가운데 하나인 싱크홀 문제를 근절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최근 기자는 두 차례에 걸쳐 싱크홀 관련 기획 기사를 내보냈다. 지난 7월 장마철을 맞아 전국 방방곡곡에서 지반침하와 균열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싱크홀 문제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기획이었다.

보직이 산업부에 속해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무원을 대면할 기회가 적었던 기자는 이번 기획 기사를 통해 기업과 공직 사회의 차이를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아직 우리 공직 사회에 ‘보여주기 식’ 혹은 ‘땜질 처방’이 만연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전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대형 사고를 치르고도 관련 데이터베이스 하나 구축하지 않고 있었다. 2014년 송파구 석촌 호수 인근에서 연달아 싱크홀이 발생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시와 송파구 어느 곳 하나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않고 있었다.

강남권 도로를 관할하는 서울시 동부도로사업소와 송파구청 모두 당시 사고가 정확히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지 알지 못했다. 2014년에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기자는 과거 기사에 의존해 관련 취재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 기자의 뇌리에는 ‘기업이라면 달랐을 텐데’라는 섣부른 생각이 스쳤다.

중앙 정부라고 다를 건 없었다. 국토교통부 역시 싱크홀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서툴기는 마찬가지였다. 싱크홀 문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란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에 관심을 보였던 지반 탐사 장비인 '3D 다채널 지표투과레이더'(GPR)는 전국에 고작 2대 밖에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간 1,000여건 가까이 발생하는 전국의 지반침하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실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토부는 최근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에서 GRP 장비 추가 확보를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디 우리 공직 사회가 ‘지나가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시민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영혼 있는 공무원’으로 거듭나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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