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재수감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국정원을 향한 검찰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 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선고되면서, 사실상 국정원이 18대 대선 당시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인정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 뒤집은 셈이다. 앞서 대법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의문점을 보이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재수감됐고, 국정원을 향한 검찰의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됐다.

◇ 국정원 수사 종착지로 지목된 MB “할 말 없다”

이제 관심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에게 쏠렸다. 국정원의 여론조작 배후로 MB가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표적 MB맨으로 불린다. MB 정부 출범과 동시에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부름을 받았고, 2009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4년 동안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지켰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MB의 곁을 지킨 사람이 바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 출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의 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총애를 받았다”고 말했다.

둘째,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문제가 된 사이버 외곽팀을 꾸리는 것도 대통령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국정원법 4조에 따르면, 국정원의 조직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따라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최종 결정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단독으로 불법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게 여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더욱이 18대 대선 이전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까지 국정원의 선거 개입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MB가 오랜 기간 모르고 있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국정원이 MB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한 ‘SNS 장악 문건’도 공개됐다. 적폐청산 TF의 자체 조사 결과, 국정원은 2011년 10월에 실시된 재보선에서 여당 후보가 낙선 하자 그 원인을 분석한데 이어 향후 총선·대선에서 여당 후보의 당선에 필요한 선거운동 방법 등을 종합해 그해 11월6일 청와대에 보고했다. 뿐만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최대 30개에 이르는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고, 팀장 상당수를 MB 지지자로 세웠다. 모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임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세 번째 이유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윗선’으로 지목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측근들은 대응을 삼가면서도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뉴시스>

결국 검찰의 수사는 향후 MB를 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MB의 ‘오른팔’로 빗대 “가장 윗선에 대한 수사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적폐청산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입에 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한때 MB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MB는 신중하고 단도리를 해놓는 사람으로, 책임질 일은 본인이 자국을 안 남긴다”고 설명했다.

MB는 입장 표명이 없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유죄 선고가 내려진 30일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며 언급을 삼갔다. 국정원이 MB의 대통령 재임 시절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적폐청산 TF의 발표가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답변이다. 확대해석을 우려해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쾌한 심정은 감추지 못했다. MB와 가까운 인사들은 현 정부를 겨냥해 “지지도가 높다고 멋대로 하면 안 된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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