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잔여약정 6개월 미만의 기존 선택약정 가입자에 한해 위약금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정부가 14일 ‘기존 가입자도 잔여 약정이 6개월 미만이면 위약금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통신사에서 이미 같은 제도를 시행 중이라는 점이다. 국내 통신시장의 중요한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정부의 태도가 소비자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 시행 하루 전 제도 변경에 소비자 “혼란스러워”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존 20% 요금할인 가입자도 잔여 약정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남은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고 25% 요금할인 가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언급한 새 방침은 기변 대상 고객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와 겹치기 때문이다. 따지자면 ‘새로운’ 방침이 ‘새롭지 않은’ 격이다.

실제 통신사마다 선택약정 위약금 유예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사용하고 있는 통신사는 그대로 유지하되, 기기를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변경할 때 약정 기간에 따라 위약금을 면제하는 식이다.

KT는 선택약정 할인율이 20%로 상향된 2015년부터 약정 기간의 6개월만 지나면 남은 약정 기간에 상관없이 기기를 변경하고 싶은 고객에 한해 위약금을 유예하고 있다.

다만 공시지원금의 위약금이 선택약정으로 유예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공시지원금을 받고 24개월 약정에 가입해 18개월을 사용한 다음 신형 스마트폰을 새로 구매하는 상황에서 선택약정에 가입하고 싶다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

SK텔레콤은 선택약정 가입 고객뿐 아니라 공시지원금 고객도 18개월이 지나면 기기변경에 한해 위약금을 유예해주고 있다. 선택약정에 재가입해도 별도의 위약금을 낼 필요가 없다. 선택약정 위약금 유예 제도는 2016년 8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공시지원금 가입 고객은 단통법 시행 전부터 동일 제도가 적용됐다.

LG유플러스도 선택약정 위약금 제도를 시행 중이다. 공시지원금 고객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위약금 유예로 약정 재가입이 가능하다.

선택약정 25% 할인제도가 오는 15일부터 시행된다. <뉴시스>

◇ 현 통신사 제도와 차이는? “3사의 제도가 통일된다는 점”

현재 위약금 제도는 통신사마다 적용 범위가 다르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제도의 통일성을 만든 셈이다. 오는 15일부터 통신사 내에서 재약정을 할 때 12개월 약정이든, 24개월 약정이든 상관없이 잔여 약정 6개월 미만이면 위약금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은 ‘위약금 유예를 시행하겠다’는 한 줄이 전부다. 당장 내일부터 시행해야 될 제도에 대한 기존 제도와의 차이점 등 자세한 내용을 고지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 여기에 “나머지 기존 가입자도 약정기간이 지나면 순차적으로 요금할인에 가입할 수 있다”는 당연한 소리도 덧붙였다.

스마트폰 커뮤니티에서는 “다 아는 내용을 새로 도입하는 것처럼 발표해 혼란을 준다”, “과기정통부한테만 새로운 내용인 듯” 등 정부의 실효성 없는 발표를 비판하고 있다. 위약금 유예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는 소비자 사이에서는 차별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선택약정 할인율이 20%로 오른 2015년 4월에 가입한 고객은 2016년 10월 기준으로 약정 가입 18개월이 지난다”며 “SK텔레콤은 해당 고객들을 위해 지난해 8월에 선택약정 고객 위약금을 유예하는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KT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위해 올해 안에 전산시스템을 개편할 예정이다”며 “앞으로는 통신사에 상관없이 같은 규칙을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존 제도와 다른 점은 약정 기간이다”며 “기존 제도에서는 24개월 재약정에 한해서만 위약금 유예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12개월 재약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가입자 혼란 없이 원활하게 변경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현장점검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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