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톱이 선두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후발업체의 맹추격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니스톱>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편의점 업계 터줏대감인 미니스톱이 위기에 봉착했다. 미니스톱만의 강점으로 꼽히던 고급화 전략이 점점 퇴색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순위를 결정짓는 점포수마저 뒷걸음치고 있어서다. ‘빅3’(GS25, CU, 세븐일레븐) 업체들의 기세는 날로 의기양양해지고, 후발주자인 이마트24(구 위드미)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 턱 밑까지 추격한 이마트24… 4위 자리 ‘위태위태’

갈 길 바쁜데 발목 잡힌 꼴이 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은 지난 5년간 운영해 오던 14개 지하철역 점포를 철수하기로 했다. 월임대료 부담이 커지자 더 이상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이로써 지난달 말 2,420여개 던 미니스톱 점포수는 보름여 만에 2,400여개로 줄어들게 됐다.

이번 지하철역 점포 철수는 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미니스톱에게 더욱 뼈아프다.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빅3’ 업체들과의 경쟁은 고사하고, 후발주자인 이마트24에게 조만간 역전을 허용할 형편에 놓였다.

지난 7월 기존 ‘위드미’에서 브랜드명을 바꾼 이마트24는 두 달 만에 점포수를 170개 가까이 늘리는데 성공하면서 미니스톱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8월 말 기준 이마트24의 매장 수는 2,330개. 미니스톱과의 격차는 70여개에 불과한 상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안에 4위와 5위의 업계 순위가 바뀔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미니스톱은 단순히 점포수 확장에만 애를 먹고 있는 게 아니다.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빅3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미니스톱만의 존재감을 지켜주던 고유 색깔들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어 브랜드 경쟁력 저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즉석 식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편의점 치킨=미니스톱’이라는 공식이 통할 정도로 미니스톱은 즉석 식품에 있어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이는 업계 최초로 치킨, 어묵 등을 판매할 수 있는 조리 시설을 들여오고 이를 전 매장에 필수적으로 설치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즉석식품 늘리는 ‘빅3’… ‘미니스톱=치킨’ 공식 깨지나

하지만 최근 이 같은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선두업체들이 즉석 식품 시설을 갖춘 매장을 확대해나가는 전략을 펴면서 편의점 즉석 식품 시장에서 미니스톱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편의점 상위 3사 모두 치킨 전문점을 연상케 하는 포장박스까지 구매해 놓고 즉석 식품 판매에 부쩍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즉석 식품을 판매하는 점포수도 크게 늘었다. 2015년 11개 매장에서 치킨을 판매하기 시작한 GS25의 경우 지난 7월말 기준 1,500여개까지 증가했다. 매장 수 1위를 달리고 있는 CU에서는 1,900개 매장에서, 세븐일레븐은 800여개 점포에서 치킨 한 마리가 판매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미니스톱은 재무건전성 회복도 시급한 상태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기업 마지노선격인 200%를 넘어섰으며, 단기 채무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수년째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미니스톱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자사의 즉석 식품에 대한 평가가 경쟁 업체보다 높게 나오고 있어 이 분야의 경쟁력은 여전하다”면서 “보다 쾌적하고 고급스런 매장 인테리어 전략으로 미니스톱만의 색깔을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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