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른바 이니굿즈(문재인 대통령과 상품을 뜻하는 굿즈의 합성어)의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인기와 더불어 지지층의 팬심이 합쳐져 생겨난 현상으로 판단된다. 민주당은 ‘이니굿즈’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더민주굿즈’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이니굿즈로는 문재인 대통령 기념우표, 찻잔 세트, 손목시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단연 시계다. 착용하고 다니기에 좋으면서도 기념품으로서 보관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판매를 하지 않아 희소가치가 높아진 측면이 컸다.

SNS 등에서는 시계사진을 인쇄해 만든 ‘문재인 시계’를 착용한 사진이 돌고, 한 인터넷 중고사이트에서는 고가로 구매하겠다는 글이 쇄도했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롤렉스 시계를 합성해 ‘이니렉스’라는 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문재인 시계의 높은 인기로 위조시계가 유통된다는 의혹이 있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사건도 있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박한 이유, ‘기념품 예산도 국민세금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가 만든 종이 손목시계 <네이버 블로그 캡쳐>

일반시민 뿐만 아니라 청와대 직원, 국회의원까지 인기가 대단했지만 좀처럼 시계증정은 많지 않았다. 청와대 초청행사를 다녀온 한 민주당 의원은 “손목시계를 기념품으로 받고 싶었는데 벽시계를 주더라”라며 아쉬워했다. 지난 9월 청와대 오리엔테이션 행사 당시 한 직원은 “우리도 시계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문 대통령은 “나도 아직 받지 못했다”며 지급하지 않았었다.

시계의 출납은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담당하고 있다. 이 총무비서관은 ‘기념품 및 답례품 운영·관리 방안’을 마련해 엄격하게 집행 중이다. 내규에 따르면, 기념품은 청와대 행사와 초청받은 사람 또는 외국에서 온 손님, 대통령의 해외순방 등의 행사에서 선물로 지급할 수 있다. 규정에 따라 ‘출입기자 청와대 오픈하우스’ ‘대국민 보고대회’ 당시 지급됐고, 최근에는 천안함·연평해전 희생자 및 유가족에게 선물용으로 제공된 바 있다. 이밖에 경내 청소노동자, 경찰 등에게도 일부 증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여전히 크다 보니 판매요구가 빗발쳤다. ‘문재인 우표’ 2차 발행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지지층에서는 판매 가능성에 희망을 갖기도 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전히 “판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위조논란, 재판매논란 등이 불거지자 “더욱 엄격하게 집행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다만 최근에 와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지급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5월 10일부터 9월 30일 사이 생일을 맞이한 직원에게 남녀 1쌍 시계세트를 선물한 것. 앞으로도 생일을 맞이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청와대는 선물용으로 증정할 계획이다. 청와대 직원들의 내부건의에 따른 조치였다는 후문이다.  

시계 등 기념품 증정에 청와대가 다소 인색한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념품도 국민들의 세금이기 때문에, 되도록 간소하게 하고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말라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숙 여사님 쪽이 기념품에 조금 후하다고 하더라. 그 쪽을 노려보는 것이 좋겠다”고 웃으며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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