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총격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스티븐 패덕의 모습. 그의 동생 에릭이 AP통신에 제공한 사진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미국인 스티븐 패덕(64)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혼 외에는 비교적 순탄한 생활을 해왔다. 자녀는 없었다. 그래서 결혼 생활 6년을 정리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을 터다. 부인과 헤어진지도 벌써 27년 전 일이다. 남은 인생도 평탄해보였다. 형제들 말처럼 그는 수백만 달러 재산을 가진 자산가였다. 크루즈 여행과 도박을 즐길 여유가 있었다. 범행 직전까지 모스키트에 있는 은퇴자 마을에서 지냈다. 전직 회계사였다.

때문에 패덕의 가족들은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현지 언론의 취재에 응했다. 3일 AP통신 등에 보도된 형제들의 증언에 따르면, 패덕은 총기에 열광하지 않았다. 군복무를 하지 않았던 만큼 총기를 소지할만한 계기가 없었다. 폭력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제 패덕은 교통법규 위반을 빼곤 범죄경력이 전무하다. 도리어 세심했다. 2주전 모친과 대화하면서 보행보조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선물했다. 그래서 모친의 충격은 컸다.

미국 경찰도 난색을 표시했다. 사건 직후 패덕의 자택을 수색하고,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였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범행 이유를 추정할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은 것. 패덕은 ‘외로운 늑대’의 전형을 보였다. 외로운 늑대란,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말한다. 특정 조직에 속하거나 이념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때문에 범행에 대한 정보 수집이 쉽지 않다. 사실상 예방이 불가능하고, 추적이 어렵다는 점에서 위험도가 높다.

지금까지 밝혀진 경찰의 수사 결과, 패덕은 지난달 28일 범행 장소로 이용한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베이 호텔에 투숙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10월1일 호텔 앞 컨트리 음악 콘서트장에 모인 관람객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경찰이 급습하기 직전 자살했다. 그가 묵었던 호텔방에선 10여정의 총기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계산된 범행이라고 해석했다. 피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파가 밀집할 때와 장소를 노렸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패덕의 사이코패스 성향과 반사회 범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단서는 그의 부친이다. 부친 벤저민 홉킨스 패덕이 1969년 6월~1977년 5월까지 FBI지명수배 명단에 오른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는 것. 벤저민은 은행강도, 자동차 절도, 신용사기 등 다수의 범죄를 저질렀다. 당시 수사 당국에선 사이코패스 성향과 함께 ‘총기로 무장한 매우 위험한 사람’으로 간주했다. 패덕 역시 냉담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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