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경기고 고양 유세에서 태극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장면.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홍보에 팔을 걷었다. 공식행사의 말미에는 성공적인 평창올림픽 개최를 위한 홍보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세계 정상들이 모인 UN총회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5개월 후 대한민국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며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평창으로 초청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 평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근대 올림픽의 역사가 ‘평화’에 대한 갈구에서 시작됐다는 것도 희망을 갖게 하는 요소다. 평창올림픽에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까지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평화올림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국가’ ‘애국’ ‘태극기’ 등의 상징적 단어에 국민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기관 사유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거치면서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했다. 전 정부들의 ‘관변단체’ 노릇을 했던 일부가 ‘애국’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심지어 ‘태극기’를 상징물로 사용하면서, 이에 대한 다수 국민의 반감은 작지 않다.

실제 개천절을 맞이해 곳곳에 걸린 태극기를 보는 심정은 다소 미묘했다. 적어도 2002년 월드컵 당시, 거대한 태극기를 바라보며 느꼈던 가슴 떨리고 벅찼던 감정과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주위에서도 비슷한 말이 들리는 것을 보면 기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모양이다. 국가의 상징물을 일부 정치세력이 사용할 때 예상됐던 우려가 일부 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된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국가관’을 바로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5.18 기념행사에 참석해 민주화 투사를 위로했고, 6월에는 독립유공자 및 상이군경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처우개선책을 내놨다. 또한 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 잊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8월 광복절을 맞아서는 알려지지 않은 독립유공자 발굴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의로운 국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엔진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전 국민적으로 파급효과를 일으킬만한 결정적 계기는 아직까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2월부터 개최될 평창올림픽이 그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통해 반드시 얻어야할 것은 종합순위, 금메달 수, 경제효과 같은 게 아니다. ‘태극기’ ‘국가’에 냉담해진 국민들의 심장을 다시 뜨겁게 달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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