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동 소총의 연사능력을 높여 대량살상을 유발한 '범프 스탁'을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총격범 스티븐 패덕을 포함해 현재까지 59명의 사망자를 낸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났다. 무고한 사망자들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인 치부인 합법적 총기소유 논란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 대량살상 유발한 ‘범프 스탁’

미국총기협회(NRA)는 총기규제법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대한 자금과 영향력을 동원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전례 없는 총격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총기협회도 이례적으로 일부 총기의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반자동 소총의 연사능력을 자동 소총 수준으로 높여주는 부착물인 '범프 스탁‘이 그 대상이다.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총격범은 범프 스탁이 부착된 총기를 두 정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 미국 총기단속국(ATF)에는 범프 스탁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조사가 요청된 상태다.

전통적으로 총기소유를 지지해온 공화당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변혁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NN은 5일(현지시각) 공화당의 카를로스 쿠벨로 하원의원이 범프 스탁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쿠벨로 의원실은 “현재 법안 발의에 동참하려는 동료 의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발언하면서 총기규제에 대한 초당적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 ‘총기사고’와 ‘총기혐오’는 별개

다만 범프 스탁을 넘어선 실질적 총기규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미국 근현대사를 통틀어 최악의 총격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총기소유권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총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총기판매량이 급증한다는 사실은 총기에 대한 미국인들의 뿌리 깊은 의존성을 잘 드러낸다.

지난 6월 직접 총기사고의 피해자가 됐던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원내총무가 대표적이다. 지난 주 목발을 짚고 의회로 복귀한 그는 “총기사고를 통해 수정헌법 제2조(무기를 휴대할 권리를 명시)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의회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스칼리스 의원은 현재 범프 스탁의 규제문제를 ‘미끄러운 경사면’에 빗대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중이다. 한 번 내려가기 시작하면 도중에 멈출 수 없는 경사면처럼 총기규제도 총기소유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열렬한 총기소유 옹호론자이자 미국총기협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범프 스탁 규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다음 회기 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미뤘으며, 사라 샌더스 대변인도 총격사건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해당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이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백악관이 미국총기협회가 제안한 규제안 이상을 요청할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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