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거리에서 경찰이 총격 사건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AP>

[시사위크=정상윤 기자] 1,000여개의 단서… 경찰은 그러나 결정적 범행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다. 무려 59명의 사망자와 500여명 이상의 부상자를 낸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얘기다. 미국 역사 상 최악의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범행동기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상태다.

현재 경찰은 총격범 스티븐 패덕(64)의 범행 동기를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패덕이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탓이다. 패덕은 지난 1일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방에서 건너편 콘서트장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59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쳤다. 패덕은 범행 직후 경찰이 객실에 진입하기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는 정황은 충분히 확인되고 있다.

CNN방송은 7일(현지시각) “패덕이 범행을 앞두고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방에서 총기를 난사할 음악축제장까지의 사정거리를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해당 매체는 수사당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패덕이 총격을 가한 ‘만달레이 베이 리조트 앤 카지노’ 호텔의 32층 객실에서 표적인 야외 공연장까지 거리와 탄도를 계산한 친필 메모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공범 여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됐지만, 경찰은 사실상 패덕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지은 상태다. AP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경찰국의 케빈 맥머힐 부국장은 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당일인 지난 1일 밤 그 방에 들어간 사람은 없다”며 “패덕이 유일한 총격범이라고 확신한다”고 발표했다.

라스베이거스 총격범 스티븐 패덕. 총기난사 당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탓에 경찰은 명확한 범행동기를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시스/AP>

이번 총기난사에 앞서 지난 8월 시카고에서 범행을 계획했다가 이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5일(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범인 스티븐 패덕은 지난 8월, 시카고의 음악축제 ‘룰라팔루자’가 열리는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블랙스톤 호텔’을 예약했다. 이 축제는 수십만명이 몰리는 세계적인 행사로, 패덕이 최소 두 달간 대규모 총기난사 범행을 계획했다는 추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면 여전히 범행 동기는 미궁에 빠져있다. AP통신은 패덕이 범행 전 며칠 동안 매춘부를 불러들였다는 것을 수사 당국이 파악하고 매춘부들을 조사했으나 범행 동기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또 패덕은 최근 몇 년간 10여 차례 크루즈 여행을 하고 그중 한 번은 중동에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지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최근 주장한 것처럼 이슬람으로 개종한 근거는 없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패덕의 주변 탐문수사를 통해 얻어진 결과 역시, ‘범행동기를 더욱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은퇴한 회계사로 생전 풍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도박을 즐기긴 했지만 별다른 범죄 전력은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패덕의 도박 경력에 대해 잘 아는 인사를 인용해 패덕이 10만달러(약 1억1,465만원)를 빌릴 수 있는 신용이 있었지만, 이 액수를 다 채워 빌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패덕의 컴퓨터까지 샅샅이 뒤졌다. 역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패덕의 가족들조차 그가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다. 패덕의 동생 에릭은 뉴스타임스와이 인터뷰에서 “영문을 모르겠다”며 “(패덕의) 부검 때 머리에서 종양이라도 발견됐으면 좋겠다”며 절망적인 심정을 드러냈다.

패덕의 아버지인 벤자민 호스킨스 패덕이 정신병을 앓았던 은행강도로, FBI지명수배 명단에 오른 바 있다는 점에서 패덕 역시 반사회적 성향의 ‘묻지마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 중 하나일 뿐, 이것만으로 범행과 연관성을 단정 짓기엔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결국 라스베이거스 조 롬바르도 메트로폴리탄경찰서장은 “수십년동안 무기·탄약을 사들이고 은밀하게 지내 온 패덕의 삶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며 범행동기 규명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6일(현지시각) CNN방송은 “보통 대규모 총기 범죄가 발생하고 하루 이틀 뒤면 메모나 일련의 SNS 메시지 등을 분석해 범인의 정신상태를 엿볼 수 있는데 1,000여건의 단서 중 감시망에 포착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연방수사국 요원들은 사건 현장에 남겨진 수많은 분실물들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피묻은 신발과 휴대전화, 배낭 등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유류품은 수천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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