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영어로 ‘주크(Juke)’라는 속어가 있다. 대중식당 또는 자그마한 술집이라는 뜻으로 싸구려 여인숙의 의미도 갖는다. 쥬크 앞에 ‘1950년대에 유행한 강한 비트의 빠른 춤곡’인 자이브(jive)를 넣어 이으면 ‘jive and juke’라고 하여 ‘정말로 한바탕 신나게 놀며 즐겁게 보내다’라는 뜻을 갖는다. 불경기에 하루하루 고난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정말로 한바탕 신나게 놀던 기억은 정말 아득하기까지 하다.

주말 전 하루라도 그런 날을 보내기 위해 ‘불금’이라는 말도 생긴 것은 아닐까? 평범한 직장인 니나가 금요일밤에만 댄싱 플로어의 여왕이 되는 가사를 담은 아바(ABBA)의 ‘니나 프리티 발레리아(Nina, Pretty Ballerina)’ 역시 정말 신나게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행복’을 주제로 하고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동그란 모양에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넛(doughnut)’처럼 생긴 싱글 앨범이 가득 담긴 기계에 동전을 넣고 선곡을 하면 왕년의 히트곡을 들려주는 음악상자(Jukebox)처럼 흘러간 예전의 인기 대중음악을 가져와 다시 극적 형식과 얼개를 엮어 무대용 콘텐츠로 재가공한 부류의 뮤지컬을 말한다.

팝 뮤지컬(pop musical)이라고 하는데, 우리에게 유명한 진 켈리(Gene Kelly)가 공동연출 및 주연을 맡았던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1952)는 주크박스 형식의 대표적인 영화이다. 아바(ABBA)의 음악들로 꾸며진 〈맘마 미아!(Mamma Mia!)〉(1999), 고(故) 이영훈의 〈광화문연가〉(2011)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쥬크박스는 걸출한 작곡가, 가수, 연출, 배우 등 어느 하나가 없어서는 상연조차 할 수 없는 종합예술작품이다.

'서른 즈음에' 포스터.

감미로운 음악과 탄탄한 스토리로 무장한 주크박스 감성 뮤지컬 <서른즈음에>가 오는 2017년 10월 20일(금)부터 12월 2일(토)까지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우리들의 가수 김광석의 대표곡인 ‘서른 즈음에’를 비롯하여 성시경의 ‘처음’과 ‘태양계’, 이적의 '나는 지금', 자이언티의 ‘무중력’, 윤도현의 ‘오늘도 어제같은 나는’ 등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작곡한 가수 강승원, ‘6·10 민주항쟁 30주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제창한 ‘광야에서’를 작사·작곡했던 문대현 총괄프로듀서, <팬텀싱어>, <히든싱어>,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을 만든 조승욱 JTBC PD, 구소영 음악감독 등이 크리에이티브 팀을 구성했다.

이외에 <미스 사이공>,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다수의 뮤지컬에 나왔던 중견 배우 이정열과 <곤투모로우>, <틱틱붐> 등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 조순창, 아이돌그룹 BIA4의 산들과 <팬텀싱어> 시즌1 출연자로 <나폴레옹>, <록키호러쇼>, <미드나잇> 등에 나온 백형훈, <스모크>, <위대한 캣츠비> 등의 뮤지컬에 출연한 배우 유주혜와 걸그룹 러블리즈의 케이(김지연)이 캐스팅되어 주크박스 감성 뮤지컬 <서른즈음에>에 대한 기대를 높여준다.

박소희, 이경선, 안신애 3인조 걸그룹 바버렛츠를 성공시킨 (주)에그플랜트가 제작한 이 뮤지컬이 ‘맘마미아’와 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고로 1997년으로 돌아간 현식이 느끼는 청춘, 첫사랑, 꿈 그리고 음악! 다시 한 번 ‘서른즈음’으로 돌아가 후회없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은 그의 스토리를 말해줄 강승원 작곡의 주옥같은 노래가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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