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개막한 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강한 중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중국을 2050년까지 세계 선두 국가로 만들겠다”며 군사력의 첨단화를 지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쪽에서는 영유권 분쟁을 지속하는 한편 다른 편에서는 자체적인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려 시도하고 있는 중국의 이중적 행태는 미국에 맞서 아시아 지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속내의 발로로 풀이된다. 금융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 ‘큰 손’ 바탕으로 금융 지배력 넓힌다

중국 정부는 최근 13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화 채권을 발행했다. 파이낸셜타임즈가 26일(현지시각) 밝힌 바에 따르면 수익률은 미국 채권보다 근소하게 높았으며, 발행액은 20억달러 가량이었다. 주요 채권 구매자들은 홍콩 등 아시아지역과 중국의 자산운영기업들이었다.

블룸버그는 중국 재무부가 채권발행계획을 밝혔던 지난 10일(현지시각) “중국의 투자자들은 달러화 증권을 매입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아시아에서 발행된 달러화 채권의 60%를 사들였으며,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해당 비율은 향후 4년 안에 7~80%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자신만만하게 금융확장에 나선 중국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당초 부동산규제와 기업건전성 제고정책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감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국경제는 예상을 뒤엎고 상반기 6.9% 성장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이는 리커창 총리가 3월 제시했던 6.5%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올해 7%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중국은 2018년에도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주요 경제기관들은 “두 번은 없다”고 말한다. 블룸버그는 27일(현지시각) 18명의 경제전문가에게 중국의 2018년 경제성장 전망을 질의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6.5% 성장을 예상한 사람이 12명이었으며 5명은 그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세계은행(WB) 또한 10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6.4%로 추정했다.

◇ “안전성 문제없다”는 중국, 향후 전망은

대다수의 국제금융·경제기관들이 중국경제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은 기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높아진 부채수준 때문이다. 특히 다량의 대출과 예금을 거듭하면서 높아진 신용팽창 위험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배경과 동일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S&P가 지난 9월 중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 것은 중국의 금융시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대표한다.

반면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 중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의 CDS 프리미엄(부도 위험에 대한 수수료)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올해 봄까지만 해도 130bp를 넘었지만 6월 초부터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25일(미국시각)에는 49.22까지 떨어졌다(5년 국고채 기준, 마켓와치 제공). 무디스·S&P 기준 중국보다 신용등급이 두 단계 높은 한국보다도 낮은 수치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각) 지난 1월 55bp를 기록했던 한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CDS 프리미엄이 74bp까지 올라갔다고 보도했으며, 양국의 CDS 프리미엄은 올해 10월을 기점으로 교차했다.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자국 경제계의 안전성을 피력하고 있다. “부채가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근거가 없지는 않다. 최근 환율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외환시장의 건전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으며(현대경제연구원, 20일 보고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 중심의 강력한 지도체계를 구성한 것도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높여줄 전망이다. 다만 경제구조의 안전성을 담보하면서 경제성장률에 대한 보수적 전망도 깨트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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