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지난 주말 1,000달러에 가까운 가격하락을 경험했다. 사진은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에서 시세를 확인하는 투자자.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최근 며칠 동안 천국과 지옥을 연달아 맛봤다. 8일(현지시각) 한때 7,882달러를 기록하며 8,000달러의 벽을 넘보던 비트코인 가격이 일순간 급락했다. 말만 무성하던 ‘비트코인 버블’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지만, 이후 완만한 가격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사태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 ‘하드포크’ 취소에 널뛴 가상화폐시장

사건의 발단은 비트코인 개발진 중 일부가 추진하던 '세그윗2x' 소프트웨어 개발계획이 취소됐다는 소식이었다. '세그윗2x'의 목표는 비트코인의 블록사이즈를 두 배로 늘려 거래 속도를 높이고 이용료는 경감하는 것으로, 개발진들은 비트코인을 생성하는 현 블록체인에서 떨어져 나와 새 가상화폐를 만들 계획이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비트코인 캐시·비트코인 골드 등이 ‘하드포크’라는 이름의 이 기술에 의해 비트코인으로부터 독립한 가상통화들이다.

그러나 ‘세그윗2x’ 개발계획은 다수의 개발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 8월 비트코인 캐시를 낳았던 ‘세그윗’에 보냈던 지지와는 대조적이었다. 오는 16일 새 가상화폐 ‘비트코인2x’를 서비스하려던 세그윗2x 개발진들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우리는 블록사이즈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하게 믿었지만, 커뮤니티를 함께 유지하는 것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불행하게도 이번에는 블록사이즈 업그레이드에 대한 충분한 합의를 모으는데 실패했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하드포크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안정성을 얻은 비트코인 가격은 성명이 발표된 지 몇 분 만에 급등했지만, 이내 반향이 나타났다. 현재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비트코인2x’가 통용될 경우 보유한 비트코인만큼의 비트코인2x를 무료로 지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세그윗2x 개발계획이 백지화되면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공짜 점심’도 무위로 돌아갔다. 홍콩 가상통화사업체의 토마스 그뤽스만은 블룸버그를 통해 “공짜 화폐를 얻지 못한 투자자들이 실망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놓친 액수는 결코 미미하지 않다. 지난 8월 하드포크를 통해 생성된 비트코인 캐시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 63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었으며, 10월 말 탄생한 비트코인 골드 가격도 140~150달러에 달했다. 비트코인 급락 당시 투자자들이 타 가상화폐로 빠져나오면서 비트코인 캐시 가격은 일시적으로 2,477달러까지 올랐다. 현재는 1,158달러에서 가격이 형성된 상태다.

◇ 거품 낀 투기 vs 차세대화폐… 비트코인의 미래는

이번 비트코인 사태는 변수에 민감하고 근거가 불확실한 가상화폐의 특징을 잘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상승일로를 걸어왔던 비트코인이지만, 아직까지 안정성에 붙은 의문부호를 떨쳐내지는 못한 모습이다.

다수의 유명 투자자와 투자기업들은 수차례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비트코인은 규제대상도 아니고 누군가의 통제를 받지도 않는다. 나는 비트코인을 전혀 믿지 않으며, 언젠가 붕괴하리라 생각한다”는 워렌 버핏이나 “비트코인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가상화폐시장이 더 커진다면 정부가 규제에 나설 것이고, 이는 비트코인이 지하경제로 숨어들게 만들 것이다”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의 발언은 비전통적 화폐에 대한 시각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개발업체 스위트브리지의 스콧 넬슨 회장은 CNBC를 통해 “제이미 다이먼의 발언은 그가 블록체인의 중요성 뿐 아니라 변화가 가지는 힘을 이해하는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반격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회장은 월스트리트의 기업인으로서는 드물게 “비트코인은 일시적 유행 이상이다”며 가상화폐의 의의를 인정했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가장 확실하게 높일 수 있는 것은 주요국과 거래소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 연말까지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출시하겠다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10월 말 발표는 6,000달러 언저리에서 유지되던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상승궤도를 탔던 원동력이 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도 지난 8월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거래소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예정대로 비트코인 상품을 판매한다면, 이는 일본이 비트코인의 거래기능을 인정했던 지난 4월처럼 가상화폐의 역사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하드포크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은 미래의 비트코인시장이 항상 안고가야 할 변수다. 긴 거래시간과 높은 이용료는 비트코인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뽑히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트코인이 대중적 통화로 인정받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뉴욕 디지털통화그룹의 멜텀 더머러스 이사는 지난 수요일 트위터를 통해 내년 중 세그윗2x 이슈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과 같은 결론이 나리란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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