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아이콘트롤스가 담합으로 적발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산업개발 계열사 아이콘트롤스는 정몽규 회장의 ‘개인 곳간’이란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곳이다. 최대주주인 정몽규 회장은 규제 대상에서 교묘하게 벗어난 만큼만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내부거래 의존도는 50%를 훌쩍 넘는다. 이러한 아이콘트롤스가 이번엔 담합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선대에 이어 ‘정도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도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서울지하철 9호선 2단계 916공구 승강장 스크린도어 설치공사 과정에서 담합을 저지른 아이콘트롤스와 현대엘리베이터, GS네오텍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2억6,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드러난 담합은 기존의 일반적인 사례에 비해 한층 더 악질적이다.

아이콘트롤스는 모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을 활용해 실적을 키우기 위해 담합도 불사했다. 해당 공사의 발주처는 현대산업개발이었고, 따라서 아이콘트롤스가 수주를 따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콘트롤스는 더욱 확실하게 수주를 따내기 위해 수주전에 가담한 현대엘리베이터 및 GS네오텍에 접근했다.

현대엘리베이터에게는 22억2,000억원 규모의 하도급을 반대급부로 내밀었고, GS네오텍은 향후 도움을 주는 조건이 붙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GS네오텍 입장에선 수주 가능성이 높은 아이콘트롤스와 경쟁하는 것보단 다른 이익을 취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결과적으로 현대산업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더 확실한 내부거래를 위해 담합을 저지른 것이었다.

뿐만 아니다. 담합의 대상이 된 것은 시민들의 편의 및 안전과 직결된 지하철 스크린도어였다. 다른 담합에 비해 훨씬 큰 사회적 신뢰 훼손을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이다.

◇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도 아랑곳 않는 이유는?

악질적인 담합의 최대수혜자는 다름 아닌 정몽규 회장이다.

정몽규 회장은 아이콘트롤스 최대주주로, 29.8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분이 30%에 살짝 미치지 않는데, 만약 30%를 넘길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규제회피를 인식한 지분보유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아이콘트롤스 연결기준 매출액은 1,888억원. 이 중 현대산업개발 등 계열사를 통한 매출액은 1,023억원으로 54%에 달했다. 올해 역시 3분기까지 매출액 1,878억원 중 1,063억원을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아이콘트롤스의 이러한 행보는 새 정부가 내건 기치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6월 발표한 내부거래 실태점검 대상 기업에 현대산업개발을 포함시켰다. 국회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 지분을 30%에서 20%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정몽규 회장은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높은 내부거래 비율을 유지하고, 내부거래 수주를 위해 담합까지 저지른 것은 아이콘트롤스의 실적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아이콘트롤스가 담합을 저지른 배경으로 “향후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승강장 스크린도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실적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발주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일정 기준 이상의 실적이 필요한데, 내부거래를 통해 이를 충족시키려한 것이다.

아이콘트롤스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사실상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을 3분기 만에 달성한 상태다. 성장의 핵심 요인은 역시 내부거래였다. 이처럼 실적과 회사 규모를 키워나가면, 아이콘트롤스는 공공기관의 발주 등 외부거래 확보가 한층 용이해진다. 현재로선 내부거래를 향한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하지만. 아이콘트롤스의 성장과 내부거래 문제 해결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내부거래 및 담합 이면에 존재하는 이러한 배경은 씁쓸함을 더하게 만든다. 선친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 때부터 강조해온 정몽규 회장의 ‘정도경영’도 무색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한 계열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내부거래 비율이 낮아지고, 독자 경쟁력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정의롭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이콘트롤스 측은 이번 담합 적발과 관련해 “공정위가 발표한 담합 적발 내용을 모두 수용하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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