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양측 병사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공동경비구역(JSA) 우리 측에 북한의 총탄이 날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JSA를 통한 북한군의 귀순과정에서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의 실탄이 우리 측으로 넘어온 것에 대해 인정했다. 이는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정전협정 1조 6항에는 ‘쌍방이 비무장지대 내에서 또는 비무장지대로부터 또는 비무장지대를 향해 어떠한 적대행위도 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있는 북한군의 행동에도 우리 측이 대응사격 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 JSA 내 북측 총탄 넘어와도 대응사격 어려워

물론 정전협정 위반이 맞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북한군 입장에서 탈영병을 향해 사격을 한 것이기 때문에 유엔이나 우리 측을 향한 ‘적대행위’가 아니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JSA 교전수칙에 따라 대응사격을 피하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귀순자를 구한 우리 측의 대응도 훌륭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인 판단이다. 더구나 JSA에서 소지할 수 없는 자동화기를 북한군이 사용됐음에도 현장에서 대응사격을 못했다는 것은 일견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원인은 JSA와 비무장지대 내 작전지휘권이 유엔군사령부에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 군의 대응사격이 필요한 경우, 유엔사령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전방지역과 달리 판문점이 있는 JSA는 안정적인 회담을 위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휴전 이후부터 유엔사령부가 관리했었다. 남북한 병사들의 거리가 가깝게는 5미터에 불과해, 예상치 못한 충돌발생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

북한병사 귀순과정에서 북한군의 총탄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을 향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

그러나 북한군의 총탄이 날아옴에도 대응사격을 못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감정이 일었다. 전방지역 한국군 교전수칙은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도발에 대해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3~4배의 강력한 응징을 하도록 돼 있다. 북한의 도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함과 동시에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에서다. JSA 등 비무장지대 내 교전수칙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 비무장지대 작전지휘권 없어 변경에 한계

문재인 대통령도 이 대목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JSA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측의 최소한의 방위조치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도 비조준 경고 사격이라도 하는 것이 국민이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겠느냐”며 “유엔사가 관리하지만 서로 논의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의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전수칙 변경까지는 나아가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JSA 포함 비무장지대 내 교전수칙은 유엔군사령부가 만든 것으로 우리 측 입장만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비무장지대 내 작전지휘권을 대한민국 국방부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교전수칙은 6.25전쟁 이후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군 사령부가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발언을 부연하자면, (교전수칙 변경을) 지시하거나 검토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국민 상식선에서 북측 총탄이 군사분계선을 못 넘어오게 하려면 대응이 필요한데 현재 그것이 없다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유엔사령부의 권한이라 한국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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