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삼성SDS가 분주하다. 1조원을 들여 만든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때문이다. 무려 1조원, 기간만 4년을 투자해 만든 전산시스템이 도입 초기부터 오류가 발생하는 등 말썽을 일으킨 탓인데, 현재는 안정화됐지만 최근까지도 이를 향한 구설이 끊이지 않으면서 뒤치다꺼리에 바쁜 모양새다.

논란은 지난 추석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전사적자원관리(ERP)라는 시스템을 추석 연휴 직후부터 가동했다. ERP는 회사 내 영업이나 심사, 회계 등 복수의 경영활동 프로세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의 개발은 삼성SDS가 맡았다. 2013년 12월부터 4년여간 준비했다. 투입된 돈만 1조원 규모다.

당초 업계의 시선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그간 ERP 시스템은 제조업 분야에서 주로 적용돼 왔기 때문이다. 생산·재고물량 관리가 주업무인 제조업과, 계약생성 및 고객관리·재무성과가 사업의 핵심사안인 금융업은 사업구조가 달라 그동안 ERP를 도입한 금융사는 없었다. 10월,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ERP 적용에 관심이 집중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삼성SDS는 방대한 데이터 오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두 차례 시스템 오픈을 연기하며 보완 작업을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본격적인 ERP 구축을 위해 추석연휴기간 삼성생명·삼성화재의 대부분의 거래·서비스까지 중단했고, 긴장감 속에 10월 11일 ERP를 가동했다.

그러나 기대감은 당황으로 바뀌었다. 오픈 직후부터 수납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거나, 시스템 오류로 고객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진 것. 이전한 고객 데이터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고 고객보험료 이체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도 상당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연휴 동안 밀렸던 업무가 갑자기 몰리면서 시스템에 일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게 삼성SDS 설명이다. 현재는 오류없이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도 새로운 시스템이 안정화되기까지 초기 오류는 사실상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외부의 기대감은 좀 남달랐던 모양이다. 금융권 최초로 ERP가 적용되는 사례이자, 글로벌기업 ‘삼성’의 도전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삼성SDS에 일감몰아주기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돈이 투입된 사업이라는 점도 이번 해프닝에 곱지 않은 평가를 더하는 배경이 됐다. ‘돈 값 못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비판도 나왔고, 일부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까지 들먹였다.

삼성SDS의 ERP 오류는 최근까지도 호사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도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삼성SDS 입장에선 해프닝 이후에도, 설명과 이해를 돕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SDS는 이번 금융계열사 ERP 도입을 두고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아직 시스템 도입 초기인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여전히 변수가 많아서다. 여기에 끊이지 않는 구설과 심심찮게 불거져 나오는 곱지 않은 논란도 부담이다. 1조원짜리 사업은 비교적 무리없이 막을 올린 모양새지만, 무대 뒤 삼성SDS는 여전히 긴장을 놓을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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