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이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를 물적 분할하고 100%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편입시키로 결정했다. <시사위크DB>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CJ푸드빌이 단단히 벼른 모양새다. 특정 브랜드에 의존해 ‘더부살이’를 해오던 브랜드들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에이스’격이었던 투썸플레이스를 물적 분할 해 별도의 자회사로 두기로 한 것. 2군 성격의 뚜레쥬르, 빕스 등과 ‘벤치멤버’로만 팀을 꾸린 CJ푸드빌은 선수단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지만,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 ‘에이스’ 떠나보낸 CJ푸드빌… 그 속내는?

‘투썸플레이스’가 CJ푸드빌의 품을 떠난다. CJ푸드빌은 지난 22일 공시를 통해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를 물적 분할해 신설 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분할기일인 내년 2월1일 이후부터 투썸플레이스는 자신의 100%를 보유한 CJ푸드빌에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번 분할 결정이 이뤄진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우선 분할 목적을 통해 밝힌 대로 주력 브랜드인 투썸플레이스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문을 두드리기 위해 의사결정에서의 독립성을 높이고 책임경영 체제를 확실히 굳히겠다는 심산이다. 향후 투썸플레이스는 현재 40여개 매장을 보유한 중국 외에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커피 트렌드를 주도하는 선진국가로의 진출을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투썸플레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도 이번 분할의 주요 목적으로 거론된다. 나홀로 고군분투하는 투썸플레이스의 의존도를 줄이고 나머지 10여개 브랜드들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란 경영진의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썸플레이스는 CJ푸드빌이 지난해 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서도 약 300억원의 영업흑자를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2014년 완전자본잠식까지 경험했던 CJ푸드빌 입장에선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띄운 셈이지만,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편이다. ‘뚜레쥬르’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거나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빕스’에 거는 기대감이 있지만, 차기 에이스가 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먹거리와 맛집이 워낙 다양해지고 소비자들의 입맛이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다. 외식업계의 트렌드 변화로 이해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운데서 빕스 역시 연간 1~2개 매장을 늘리는 데 그치고 있다.

◇ 성장세 꺾인 빕스, 계절밥상… 주스브랜드도 ‘난항’

한때 ‘2~3시간 대기는 기본’으로 여겨지던 한식 뷔페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대기업 한식 뷔페의 원조격인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규 출점수가 한 자릿수에 그칠 전망이다. 한식 뷔페 열풍이 불던 2014년에 26개의 매장을 출범시킨 것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크게 느려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정간편식 브랜드로도 사용되며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는 캐쥬얼 한식당 ‘비비고’도 해외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달 신흥 시장으로 지목한 동남아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비비고는 지난해 철수를 결정한 싱가포르에 이어 지난달에는 5년간 운영하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매장 문을 닫았다.

새 음료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3월 착즙 프리미엄 주스 브랜드 ‘주스솔루션’을 런칭 했지만 아직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까지 단 한 곳의 신규매장도 내지 못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현재 운영중인 주스솔루션 매장은 테스트매장 성격이 강하며, 길게는 5년까지도 테스트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투썸플레이스가 연결대상 자회사로 묶인다는 점이다. 분기 및 연말 사업보고서에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인 투섬플레이스의 실적이 반영돼 CJ푸드빌의 최종 성적표가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CJ푸드빌은 자회사 의존도가 높은 모회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투썸플레이스를 제외한 CJ푸드빌의 자생력이 고스란히 외부에 공개된다는 위험부담도 안게 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브랜드별 구체적인 매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우려와 달리 보유 브랜드 대부분이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손실의 대부분은 해외 법인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분할기일인 내년 2월까지 브랜드별 성장 전략을 수립해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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