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의 1위 사업자인 ‘CJ헬로’가 알뜰통신사업자협회를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 홈페이지>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알뜰통신사업자협회(이하 알뜰폰협회)가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으로 알뜰폰 산업 전체가 위기인 상황에서 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가 협회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CJ헬로는 현재 협회에 탈퇴에 관한 공문을 보낸 상태다. 알뜰폰협회의 결정만 남았다. 1위 사업자의 탈퇴에 따라 알뜰폰 산업의 향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CJ헬로, 알뜰폰협회 왜 나가나… 회원사 ‘불협화음’ 주된 이유

알뜰폰협회는 회원사간의 권익보호를 위한 공동 협력 및 양질의 통신서비스 제공 정책 개발 등을 위해 2013년 출범했다. 국내 통신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협회의 주된 목적이다.

현재 알뜰폰협회의 회원사는 설립 목적에 동의한 20곳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 1위 사업자인 CJ헬로를 필두로 통신3사의 알뜰폰 자회사인 SK텔링크·KTM모바일·미디어로그 등 시장점유율이 높은 사업자들은 대부분 속해있다.

그중에서도 CJ헬로는 알뜰폰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로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지난 5월에는 ‘MVNO 월드 콩그레스 2017’에서 올해 최고의 알뜰폰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협회 내에서는 내에서는 부회장사를 맡는 등 리더격 역할을 도맡아 왔다. 그런데 CJ헬로가 최근 알뜰폰협회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CJ헬로의 탈퇴는 협회에 가입된 각각의 알뜰폰 사업자들이 원하는 목표가 달라 야기됐다. 회원사마다 사업 노선이 다르다보니 중요 현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최근 결정된 도매대가 협의가 CJ헬로의 탈퇴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3사에 지급하는 ‘주파수값’이다. 도매대가는 매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의 협상으로 갱신된다. 문제는 ‘LTE 도매대가’였다. 올해 협상에서 LTE 도매대가는 7.2% 인하됐다. 당초 알뜰폰협회가 요구했던 ‘인하율 10%’에 미치지 못한 수치다. 이에 대해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결과라는 의견까지 나오며 사업자 간의 불협화음이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실제 CJ헬로의 알뜰폰 서비스 헬로모바일은 ‘LTE 요금제’를 기반으로 알뜰폰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결국 CJ헬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협상 결과로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도매대가가 CJ헬로 탈퇴의 주된 이유로 풀이되는 까닭이다.

산업 자체가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힌 것도 탈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로 풀이된다. 알뜰폰은 현재 산업 전체에서 가입자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통신3사의 선택약정 할인율이 상향되는 등 통신비가 인하되면서 알뜰폰의 입지가 위태롭다.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강단 있는 결정’ 없이는 구조적인 한계를 탈피하기 어렵다는 계산도 포함된 셈이다.

◇ 휘청이는 알뜰폰협회… 유명무실 단체로 전락?

다만 알뜰폰협회가 CJ헬로의 탈퇴를 승인한다면 사실상 협회의 존재가 무의미해질 가능성도 크다. CJ헬로를 제외하고는 시장영향력이 큰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다. CJ헬로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은 사업자는 SK텔링크, KTM모바일, 미디어로그 등이다. 문제는 이들이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라는 점이다. 통신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탓에 일선에 나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CJ헬로가 빠지면 알뜰폰협회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간판만 내건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매대가 협상 결과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협회에 대한 신뢰도까지 타격을 받을 위기다.

알뜰폰협회는 이사회를 소집해 CJ헬로 탈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사회 결정만이 남은 상황에서 협회와 CJ헬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헬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탈퇴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공문을 통해 의사는 밝혔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번 결정이 제4이동통신을 위한 결정은 아니다. 단지 협회 내 의견 조율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LTE 요금제를 중심으로 가계 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며 “적극적으로 요금제를 확대해 알뜰폰 사업을 제대로 한 번 해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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