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다시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는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홈런왕이 돌아왔다. 2016년 야심차게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잔여 계약을 포기하고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로써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 다소 아쉬움을 남기게 됐지만, 선수로서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보다 익숙하고, 좋은 기억이 많은 리그와 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

무엇보다 박병호의 가세는 넥센의 무게감을 확 바꿔준다. 단숨에 우승권 전력을 갖추게 됐다.

넥센은 한때 ‘홈런의 팀’이었다. 박병호는 리그 최정상급 홈런왕이었고, 강정호, 유한준, 이택근, 김민성, 윤석민 등 ‘한 방’을 갖춘 타자가 즐비했다. 넥센이 꼬박꼬박 가을야구에 진출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넥센은 변화가 불가피했다. 핵심선수들이 하나 둘 FA 자격을 얻었고, 과열된 시장 속에서 팀 성격상 ‘과소비’는 할 수 없었다. 강정호와 박병호는 해외진출을 원했다. 여기에 더해 홈구장을 고척돔으로 옮겨야 했다. 목동야구장에 비해 홈런이 덜 나오는 홈구장을 쓰게 된 것이다.

이에 넥센은 내부육성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팀 컬러도 바꿔나갔다. ‘한 방’ 대신 빠르고 정교한 야구를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고종욱과 박정음이 새롭게 떠올랐고, 김하성은 중심타선을 맡았다. 이정후라는 걸출한 신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투수력이 강한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젊은 유망주 투수들을 대거 수집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역할을 해 줄 베테랑 스타의 부재는 늘 아쉬웠다.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 실패는 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박병호의 복귀는 넥센의 취약점을 해결함과 동시에 가장 큰 강점이 됐다. 박병호를 중심으로 김하성, 초이스, 김민성 등이 중심타선을 이루고, 서건창, 이정후, 고종욱, 박정음이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다. 베테랑 이택근과 점차 성장하고 있는 임병욱, 김웅빈, 허정협 등은 선수단의 깊이를 더한다.

여기에 과거 약점으로 꼽혔던 투수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오랜 세월 에이스 역할을 해준 밴 헤켄은 떠났지만, KBO리그에서 매서운 공을 뿌렸던 에스밀 로저스를 품었다. 지난 시즌 중반 영입된 제이크 브리검도 국내 적응을 무난히 마쳤다. 토종투수는 지난해 신인왕 신재영과 올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최원태 등 매년 좋은 선수가 배출되고 있고, 젊은 유망주가 즐비하다.

관건은 박병호가 예전의 위상을 재현하느냐다. 미국에서의 2년을 잘 극복해야 한다. 박병호의 존재감이 큰 만큼, 그가 슬럼프나 부진에 빠질 경우 팀 전체가 동요할 수 있다.

박병호는 넥센과 함께 성장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LG트윈스 시절 유망주를 벗어나지 못하다 넥센 유니폼을 입은 뒤 폭발했다. 넥센은 박병호의 성장과 함께 강팀으로 거듭났고, 가을야구 단골손님이 됐다. 이제 이들이 다시 만났다. 또 어떤 역사가 시작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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