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혁안 투표 중 이야기를 나누며 회의실로 돌아가는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좌)과 리처드 버 공화당 상원의원(우)<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혁안이 2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48명의 상원의원을 보유한 민주당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지만 상원은 51대 49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이제 상·하원이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만 성공하면 3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세개혁이 현실화된다.

◇ 합동위원회로 넘어간 공… 트럼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안겨줄까

상·하원 합동위원회는 세제개혁안이 빛을 보기 위해 마지막으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상원과 하원이 각기 다른 내용의 세제개혁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양측이 주요 사안들을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연내 법안 발효를 위해선 처리해야 할 작업이 꽤 많다.

가장 크게 의견이 엇갈린 분야는 소득세다. 상원은 현재 39.6%인 소득세 최고세율을 38.5%로 낮추는데 만족했지만, 하원은 최고세율은 유지한 채 일곱 단계로 나뉘어있는 과세구간을 네 단계로 단순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10%였던 현행 최저세율은 12%로 높아졌다.

‘오바마케어’의 건강보험 가입의무를 둘러싼 논쟁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원이 가입의무조항에 별달리 손을 대지 않은 반면 상원은 미가입시 부과되는 벌금을 0달러로 재설정해 해당 조항을 사실상 유명무실화했다.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상원의 결정은 향후 10년간 미국의 재정적자를 3,380억달러 줄여주지만, 동시에 2027년까지 1,300만명의 건강보험 미소지자를 양성한다.

이 외에도 미국 상·하원은 표준공제액과 어린이보험, 법인대체최소세의 존속여부 등을 놓고도 토의를 벌여야 한다. 법안의 핵심이었던 법인세 최고세율(현행 35%·개정 20%) 문제에서조차 상원이 시행을 1년 늦출 것을 주장하면서 의견 재조정이 필요해진 상태다. 상원이 세제개혁안을 통과시켰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크리스마스 전에 최종안에 서명하고 싶다”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지만, 양원 의원들이 얼마나 빨리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공화당이 그린 투자와 성장의 선순환 설계도, 하자는 없나

세제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각) 사상 처음으로 2만4,000선을 넘어섰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이슈가 터지며 다시 움츠러들긴 했지만, 시장이 감세에 우호적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정부수입을 줄이면서 경제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혁안이 미국경제에 반드시 장밋빛 전망만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CNN은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가 새 세제개혁안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진짜 이유’ 제하 기사를 통해 감세로 인한 일자리 창출과 임금상승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경제계가 법인세 인하로 생긴 여윳돈을 새 일자리를 만드는데 사용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S&P 다우존스 인디스의 선임분석가 하워드 실버블랫은 “잉여금을 보유하게 될 기업들이 주식 환매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새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성이 낮은 환매는 인기 있는 투자방법이다. 초국적기업의 해외 자금에 대한 ‘세금 휴일’제도가 시행됐던 지난 2004년에도 기업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투자와 고용창출이 아닌 주식 환매에 사용했다.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빈곤의 종말>이라는 저서로 한국에도 유명한 제프리 삭스 콜롬비아대학 교수 또한 상원의 결정을 “어리석다”고 표현하며 정면 비난했다. 중국이 빠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친환경·로봇공학·교통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준비를 갖춰나가고 있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1조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가장 부유한 미국인들에게 쏟아 부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미 GDP의 77%에 달하는 정부부채가 100%까지 끌어올려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다수의 의원들이 세제개혁안에 반대하는 것도 국가 재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는 새 세제개혁안이 국가부채를 1조6,300억달러 늘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감안해도 1조달러,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의 계산에 따르면 약 2조달러다. 공화당의 팀 스콧 상원의원 또한 “미국이 계속해서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쓴다면,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빚을 물려줄 뿐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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