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6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주요 재벌 대기업 총수들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늘로부터 꼭 1년 전인 지난해 12월 6일,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최고 부호들이 국회로 모여들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열린 것이다. 최순실을 직접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삼성은 물론, 전경련의 ‘모금’에 참여한 각 기업 총수들이 불려나왔다.

주요 재벌 총수들이 청문회에 총출동한 것은 1988년 ‘5공 청문회’ 이후 30여년 만이었다. 당시 청문회에 출석했던 총수의 자녀들이 이번에도 대거 출석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마치 잘못을 저질러 교무실에 불려온 학생처럼 긴장했고, 국회의원들의 호통과 추궁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 감옥으로 간 이재용, 막강해진 김상조

그 후로 1년이 지난 현재 이들의 명암은 뚜렷하다.

청문회에서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결국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삼성그룹 오너일가 중 최초의 구속 및 실형선고였다.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전망이 썩 밝진 않다. 그나마 위안거리를 찾자면 더 나빠질 것이 없다는 정도다.

이재용 부회장 다음으로 짙은 어둠에 휩싸인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법원을 제집 드나들듯 오가야 했다. 자신과 가족들의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됐을 뿐 아니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기소됐기 때문이다. 이미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 및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최소한 유죄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경영비리와 관련해 징역 10년의 구형을 받아 ‘첩첩산중’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한숨을 돌렸다. 전경련을 통한 재단 지원 외에 개별적 의혹이 제기된 곳은 삼성과 롯데, SK, CJ 등이었다.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최종적으로 최태원 회장을 기소하지 않았다. 이후 최태원 회장은 최순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지난 1년,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화그룹과 한진그룹은 청문회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사건을 일으켰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3남이 술에 만취해 갑질을 해 문의를 빚었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자택 인테리어 관련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청문회 당시 손경식 회장이 청와대 측의 부당한 압력을 증언하는 ‘사이다 발언’을 했던 CJ그룹은 올해 이재현 회장이 건강을 회복해 무사히 경영에 복귀하는 호재를 맞이했다. CJ그룹은 최순실과 관련해 별도의 의혹에 휩싸였으나, 무사히 넘긴 상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자신이 이끌던 전경련이 예전의 위상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주요 대기업들이 줄줄이 탈퇴했고, 역할도 축소됐다. 허창수 회장은 마땅한 후임이 없어 회장직을 연임한 상태다.

청문회에 참석했던 참고인들의 행보도 주목을 끈다. “재벌은 조폭과 같다”는 폭탄 발언을 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세간의 많은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대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맡기도 했다. 정권이 교체된 뒤에는 각종 기관 인사 때마다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큰 빛을 본 것은 역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김상조 위원장 또한 최순실 청문회에서 거침없는 발언으로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시키는 과정에서 특검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새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됐고,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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