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천호식품에서 제조·판매하는 ‘홍삼보감(사진 좌)’ 제품에 대해 지난 11월 30일 영업정지 처분(우)을 내렸다. 이에 천호식품은 '7일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납부하고 이를 갈음했다. <천호식품 홈페이지 / 식약처 홈페이지>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천호식품의 ‘홍삼 악몽’는 언제쯤 끝날까. 천호식품이 또 ‘홍삼’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다. 식약처로부터 일부 홍삼 제품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식약처는 천호식품에서 제조·판매하는 ‘홍삼보감’ 제품에 대해 지난 11월 30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올 4월 13일부터 10월 18일까지 20회에 걸쳐 홍삼보감 제품을 제조하면서 사용한 원재료에 대해 ‘자가품질검사’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해당 제품에는 대추, 칡, 지황포제가공한 뿌리, 용안육, 황기, 차가버섯 자실체, 둥글레, 감초, 녹용 등이 원재료로 사용된다. 건강기능식품법상 원재료에 대한 품질검사를 월 1회씩 하게 돼 있지만 천호식품은 이들 재료에 대해 3개월 주기로 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천호식품은 “‘건강기능식품 원재료’의 범위에 대해 식약처와 시각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천호식품은 홍삼보감 제품의 원재료를 ‘홍삼’이라고 판단해 홍삼에 대해서만 월 1회 자가품질검사를 진행했는데, 식약처는 이외 부원료인 녹용·둥글레 등도 원재료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식약처 지적에 따라 나머지 부원료도 기존 3개월 주기로 진행되던 자가품질검사를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는 것으로 조치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천호식품의 이번 조치는 꽤 빠르고 신속했다. 11월 30일 식약처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자 천호식품은 즉각 과징금으로 대체하며 영업정지 사태를 막았다. <시사위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천호식품은 ‘7일에 해당하는 과징금’으로 식약처의 영업정지 처분을 갈음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번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 초 ‘가짜홍삼 파문’의 직격탄을 맞은 뒤 또다시 품질 관리 논란에 휘말려서다. 당시 천호식품은 물엿과 캐러멜색소를 섞은 홍삼 제품을 ‘100% 홍삼 농축액’으로 표기해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큰 파문을 겪었다. 일부 제품의 경우 ‘6년근 홍삼 농축액과 정제수 외에는 아무 것도 넣지 않는다’고 홍보해왔지만, 검찰 조사에서 물엿, 캐러멜색소 등이 함유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일로 오너일가가 모두 경영에서 물러났다. 소비자 신뢰가 추락하면서 불매운동이 일었고 매출에도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당시 천호식품은 “앞으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만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품질 관리 문제로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올 초 터진 ‘가짜홍삼’의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선 품질과 신뢰회복이 최대 관건인 상황에서 천호식품은 또 다시 꼼꼼하지 못한 실수를 저질렀다.

천호식품은 이번 논란이 ‘안전성과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가품질검사’ 내용과 과정에 대해 묻는 질문에 “수급 과정을 비롯해, 생산에 들어가기 전 농약잔류 등을 검사한다”고 답했다. 과연 안전성과 무관한지 묻고 싶은 배경이다.

‘신뢰’는 ‘유리’ 같다고 한다. 한번 깨지면 쉽게 복원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천호식품을 향한 신뢰에는 상당한 금이 간 상태라는 사실엔 이견이 없다. 더 이상의 위기를 막기 위해선 품질관리를 위한 뼈를 깎는 노력,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다면 천호식품의 ‘가짜홍삼 트라우마’는 극복되기 힘들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