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금융위 규제 움직임

한 시민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표시된 시세표를 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회사원 A씨는 최근 비트코인 단타매매로 이익을 봤다. 자기도 ‘몇 억을 벌었다’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꿈을 꾼다고 한다. 최근에는 회사 회식자리에서 내내 스마트폰으로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하다가 직장 상사로부터 핀잔도 들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회식 때 틈틈이 화장실에 가서 확인을 한다. “밤에 매도를 걸어놓고 아침에 눈 뜨면 시세부터 확인한다”고 A씨는 말한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B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A씨와는 다르게 큰 액수는 아니지만 손해를 본 케이스다. 남들은 조금이라도 이익을 본다는데 나는 왜 안 되는지 한탄이 늘었다. 남들보다 조금만 앞서서 투자했다면 큰 이익을 봤을텐데 아쉬움만 든다. 오랜 만에 대학교 동창들과 만나 밤늦도록 먹고 마시는 상황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 “한 시간에 한 달 월급이 왔다갔다 하는데…”

◇ 사회적 기능 없고 투기심리만 자극

광풍이다. 가상화폐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량 중 원화를 이용하는 비중이 엔화, 달러화에 이어 세 번째다. 암호화폐 거래소 기준으로 국내 빗썸은 홍콩의 비트파이넥스에 이어 2위다. 일일 거래량은 대략 2조5,000억원 대 안팎이며 11월 초에는 5조 원을 돌파했던 사례도 있다. 코스닥 일일거래량을 웃도는 액수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투기심리, 24시간 시장운영이라는 요소가 결합된 결과다.

암호화폐 광풍현상은 한국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즈는 “한국이 암호화폐 투자가 가장 뜨거운 곳”이라고 했고 블룸버그 통신도 “한국만큼 비트코인에 빠진 나라는 없다”고 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우리 경제규모, 원화의 위상에 비해 비트코인에서 우리나라가 점하는 비율은 비정상적이다.

도박판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혹자는 ‘바다이야기’를 언급했다.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유시민 작가는 한 방송에서 “경제학도로서 이것만은(가상화폐 투자) 손대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며 “코스닥도 시세표의 노예가 된 사람이 많은데 그래도 이 자본의 일부는 산업생산으로 간다는 데 순기능이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아무런 사회적 기능이 없고 오로지 투기 및 범죄에 이용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광풍, 바다이야기 등은 그 자체의 문제도 컸지만, 사회적으로 미치는 악영향도 만만치 않았다. 산업생산으로 가야할 자본이 부동산 투기로 쏠리는 문제, 국민적 관심이 투기에 쏠리면서 발생되는 생산성 저하들이 대표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됐었다.

11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문제점이 논의됐다. <청와대 제공>

◇ 청와대·금융위 투기근절 방향으로 규제

투기에 대한 규제수요가 높아지면서 정부차원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지금으로선 (투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방향이 맞춰져 있다”며 “(암호화폐 거래가)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는지 따져보면 거래 중개로 수수료를 받는 거래소, 차익을 챙기는 투자자 외 아무런 효용 가치가 없고 부작용만 눈에 뻔히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론 암호화폐의 순기능도 있다. ‘블록체인’ 등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의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 때문이다. 미래 보완기술로 여겨지는 블록체인은 금융뿐만 아니라 배출권거래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때문에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암호화폐의 미래를 현 시점에서 알 수 없기 때문에, ‘거래금지’ 등 극단적 규제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는 ‘투기’를 근절하는 방향으로 그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가상통화 동향 및 대응 방향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대통령과 총리의 주례 오찬회동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관리하면서 필요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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