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주식금수저③ 클래시스] 성공한 벤처 중소기업의 이면

2018-08-27     권정두 기자
‘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 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 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클래시스는 수백억대 주식 자산을 자랑하는 주식 금수저를 품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미성년자 오너일가가 억대 주식을 보유하는 이른바 ‘주식 금수저’ 실태는 재벌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에서도 대거 포착된다. 세간의 관심을 비교적 덜 받아서인지 그 실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기업 규모는 재벌 대기업과 비교할 수 없지만, ‘주식 금수저’가 지닌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 초등학생·중학생, 수백억대 주식 보유

의료기기 및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는 클래시스는 2007년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전망도 밝은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종종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클래시스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주식 금수저다. 최대주주인 정성재 대표는 현재 부인 및 두 자녀와 함께 88.5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중 2004년생과 2006년생인 두 자녀는 나란히 클래시스 주식 549만7,307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최근 주가로 계산하면 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아직 중학생, 초등학생에 불과하지만 수백억대 주식 부호가 된 것이다.

이는 코스닥 상장기업 중 가장 돋보이는 주식 금수저에 해당한다. 또한 대기업 비중이 높은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도 이 정도 규모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들은 클래시스가 상장하기 전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클래시스는 지난해 12월 케이티비기업인수목적2호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변경 상장한 바 있다. 두 아이는 합병이 이뤄지기 전부터 비상장사 클래시스 주식을 각각 10만주씩 보유 중이었고, 이 주식은 합병 이후 549만7,307주가 됐다.

합병을 통한 변경 상장 첫날, 클래시스 주가는 4,165원에 마감됐다. 당시 두 아이의 주식 가치는 228억원이었다. 이후 클래시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이들의 주식 가치도 급등했다. 최고점을 찍은 지난 1월 23일엔 두 아이의 주식 가치도 432억원까지 크게 올랐다. 상장 이후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주식자산이 200억원 이상 증가했던 셈이다.

벤처기업으로서 10여년 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전 세계 6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클래시스의 행보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미성년자 두 자녀의 수백억대 주식 보유 실태는 논란의 소지가 크다. 결과적으로 증여세를 크게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배당금 등을 통해 또 다른 부의 승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일반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불편한 시선을 키운다.

물론 벤처기업을 성장시켜 자식에게 부를 물려주는 것은 개인의 성공이자 자유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절차에 따라 증여세를 납부했다면, 미성년자 오너일가의 주식 보유는 법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주식 금수저 문제의 본질은 부모를 잘 둔 덕에 학창시절부터 수백억대 주식 부호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 있다. 정성재 대표 및 클래시스의 성공과 두 아이가 보유한 수백억대 주식 사이엔 혈연 외에 어떠한 인과관계도 찾아볼 수 없다.

클래시스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3,845만원이었다. 정성재 대표의 두 자녀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현재 약 320억원에 달한다. 클래시스 직원이 꼬박 100년 가까이 모아야 두 아이의 주식 가치에 닿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식 금수저 문제의 본질을 보여주는 차이다.

특히 전통적인 재벌 대기업이 아닌, 신생 벤처기업에서도 이 같은 실태가 만연하다는 점은 씁쓸함을 더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