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수사 ‘내홍’ 불씨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8일 ‘대장동 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를 앞둔 가운데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와 ‘동행’을 강조하며 검찰 수사에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를 바라보는 비명계의 눈총은 따갑다. 비명계에서는 논란이 됐던 ‘당헌 80조’를 언급하며 이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분위기도 자아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 검찰 출석에 변호사만 대동해 ‘나 홀로 출석’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 10일 ‘성남 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위한 검찰 출석에서 당 지도부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을 대동한 데 대해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쏟아졌던 만큼 ‘자중’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명계’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와 함께 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2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저는 당연히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혼자 가게 하는 게 마음이 너무 안쓰러워서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날 전북 익산시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저는 이 대표의 출석을 반대했지만, 내일 출석한다고 한다”며 “함께 가자”고 강조했다.
이들이 '이재명 지키기’에 나선 데는 이번 검찰 수사를 사실상 ‘야당 탄압’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현장 최고위에서 “명백한 정치 기획 수사”라며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탄압을 국민과 함께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해 이렇게 괴롭히는 데 일반 힘없는 국민들을 얼마나 가혹하게 대할지, 억울한 사례는 얼마나 많을지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러한 친명계의 주장은 당 안팎에서 적잖은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번 의혹 수사가 민주당 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제기됐다는 점을 근거로 이같은 주장이 성립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아무리 우겨도 자기 당 대선 후보 경선하면서 제기됐던 문제”라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개인의 비리’를 당이 나서서 옹호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역력하다. 이러한 비판이 국민의힘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민주당 내 비명계는 당과 이 대표의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당의 지지율과 결부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전날(26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지지율 답보 상태의) 한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당헌 80조’ 두고도 의견 분분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5일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 동행을) 막고 안 막고의 문제는 아닌 거 같다”며 이번 동행이 ‘당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친명계에서도 ‘동행’은 하더라도 ‘집단행동’처럼 보이는 것을 자중하는 모양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대표와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공동 대응’이냐, ‘분리 대응’이냐를 두고 입장차가 분명한 상황에서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의 불씨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이날 이 대표가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기본사회위원회’ 설치와 관련, 당 소속 의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명계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기본사회 구현 정책 마련을 위한 것이라지만, 사실상 검찰 수사를 앞두고 당내 단속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이에 대해 해당 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당 대표의 수사 등과는 하등 관련이 없다”고 입장을 냈다.
이런 가운데 비명계에서는 ‘당헌 80조’를 꺼내 들며 이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당직자가 기소될 경우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정치 탄압’ 등의 경우는 이를 적용하지 않게 돼 있지만, 비명계는 사실상 이 대표의 기소와 동시에 해당 조항이 작동돼야 한다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예외 조항을 근거로 해서 당 대표를 유지할 경우 국민적 시각이 매우 냉정하게 별로 곱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친명계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만큼 재차 당내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장경태 의원은 이날 앞선 라디오에서 “기소 시에는 물러난다는 당헌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한 정치 탄압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바로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