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기후위기도 촉진한다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고령화·기후변화 간 상관관계 증명 고령화 지역일수록 기후위기 가속화… ‘그린 인프라’ 감소 원인

2024-04-09     박설민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김승겸 교수 연구팀이 고령화 현상과 기후변화 적응 간의 상호작용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고령화 현상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증명해냈다. 글로벌 차원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포함한 다차원적이고 융복합적인 기후변화 해결 방안 모색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김승겸 교수 연구팀이 고령화 현상과 기후변화 적응 간의 상호작용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선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때 지역마다 기후변화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그 지역의 특성과 필요를 반영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각 도시별 데이터의 부족과 기후변화 요인 간 복잡한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이 부재한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구팀은 지난 20년간 동남아시아 10개국의 2만6,885개 커뮤니티에서 기후 적응 정책 변화를 면밀히 추적했다. 그 다음 고령 인구와 그린 인프라 변화 패턴 간의 시공간적 관계를 분석했다. 그린 인프라는 공원, 산림, 수역 등과 같은 녹색 사회기반시설을 말한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는 ‘리모트센싱’ 기술이 사용됐다. 이는 관측 센서를 탑재한 인공위성을 발사해 우주에서 지구를 관측하는 기술이다. 위성에 탑재된 광센서와 온도 센서로 지구상의 온도변화 등 정보를 다각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수집한 데이터는 ‘이중차분법(DID) 프레임워크’ 기술로 분석했다. 이중차분법 프레임워크는 특정 사건 전후로 실험 집단과 통제집단의 변화를 비교하는 데이터 분석기법이다.

그린 인프라가 기후변화 취약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결과./ KAIST

분석 결과, 고령 인구가 증가한 사회 커뮤니티에선 기후변화 취약성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원 등 시설을 사용하는 인구가 줄면서 그린 인프라 공급도 줄어들어서다. 특히 고령화율이 높고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연안 도시에서는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지역별 경제 상황이 기후 적응 정책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침을 보여준다”며 “기후변화 적응 및 도시 계획 정책 수립 시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수적임을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연구 책임자 김승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 저출산, 고령화 등 복합적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지수 박사과정은 “사회, 경제, 환경을 융합한 본 연구를 통해 시급한 사회 문제에 대한 실제적이고 최적화된 해결책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멧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지난 3월 29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