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㊴] 젊은 귀농 농부, 우리는 전기차를 탄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길을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완연한 봄이다. 예쁘게 꽃도 피고 살랑살랑 봄바람도 분다. 바람 쐬기 참 좋은 시기다. 우리도 요즘 농사 준비를 위해 이곳저곳 묘목이나 자재를 사러 돌아다니고, 나들이도 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여기저기 다닐 때 꼭 필요한 건 자동차다. 시골에선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귀농을 하고 자동차를 4번이나 바꿨다. 너무 자주 바꾼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생활에 가장 적합하고 만족스러운 자동차를 만나 10~20년 쭉 탈 생각을 하고 있다.
2018년 처음 귀농에 나섰을 때, 우리의 자동차는 준중형세단이었다. 도시에 살던 때는 아주 일반적인 자동차고 전혀 불편할 것 없이 잘 타고 다녔는데, 귀농을 하니 그렇지 않았다. 트럭이 없는 상황에서 이것저것 옮길 게 많다보니 영 불편했다. 부피가 큰 농자재들을 실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해 SUV로 자동차를 바꿨다.
가끔씩 트럭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지만 가끔이니까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꼭 필요할 때는 소정의 비용을 드리고 주변 분들에게 부탁했다. 무언가를 살 때는 아예 집 앞으로 배송받기도 했다. 이렇게 귀농 초기에는 SUV를 잘 타고 다녔다.
그런데 2021년부터 기름 값이 치솟기 시작하더니 2022년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우리는 시골생활 특성상 자동차를 쓸 일이 많았다. 한 번 나가면 기본 왕복 1시간은 걸렸다. 장만 봐도 그랬고, 어디 다른 곳이라도 가면 왕복 2시간은 걸렸다. 때문에 치솟는 기름 값으로 부담이 너무 커졌다.
그래서 2021년 무렵부터 전기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아직 이르다’ ‘위험하다’ 등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았던 데다 나도 처음이라 걱정이 되고, 전기차는 아무래도 가격대가 좀 높다보니 그나마 만만한 준중형해치백 전기차를 구입했다.
전기차로 바꾸고 한 달 정도 지나자 ‘다르다’ ‘정말 좋다’는 체감이 확 느껴졌다. 우선, 우리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어서 전기차를 충전하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기름 값 차원의 유지비가 거의 5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엔진오일 관리도 필요 없으니 관리비도 딱히 들지 않았고, 소음도 없고 매연도 없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처음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전기차를 구입한 것은 아니지만, 타고 다니다보니 조금이나마 지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준중형해치백 전기차를 1년 넘게 타면서 시골생활에 있어서는 확실히 전기차가 좋다고 생각했다. 또 농업을 이미 구축을 다 해놓은 만큼 SUV가 필요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시골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트럭이 아니라도 SUV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다시 SUV전기차로 바꿨다. 결과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제는 정착했다고 생각한다. 6년 동안 시골에 살아온 우리 생각으로는 SUV전기차가 모든 면에서 가장 좋은 것 같다.
처음 귀농했을 때 시골에 살면 트럭이 꼭 있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근데 귀농하는 사람들은 때로는 청개구리 심보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다들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지만, 나의 귀농라이프에 맞는지는 꼭 판단하고 조언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귀농하고 바로 앞집에서 이제 농사를 안 짓는다며 경운기를 30만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준다고 한 적이 있다. 시골 풍경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프와 함께 경운기를 타고 동네 한 바퀴 도는 재밌는 상상도 했다. 그런데 이장님과 상의하니 “그게 왜 필요하냐”는 물음이 돌아왔다. 밭고 갈고 물건도 옮기려고 한다고 말씀드리자 다시 이장님께서는 “밭 가는 건 경운기로 직접 하루 종일 하는 것보다 동네에서 10만원만 내면 1시간 만에 트랙터로 다 해주는 걸 이용하는 게 좋다”면서 “물건은 뭘 옮기려고?”라고 재차 물으셨다.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보고 경운기를 사지 않기로 했다.
트럭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우리에게 필요가 없었다. 트럭이 꼭 필요한 농업도 분명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필요가 없었고 귀농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과 맞는 라이프 차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농업에도 좋고 유류비도 아낄 수 있는 전기트럭이 더 낫지 않은지 물음표를 붙일 수도 있다. 꼭 그렇진 않다. 트럭은 농업엔 좋지만 농업 외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아무래도 승차감이 좋지 않고 전기트럭은 주행거리도 떨어진다. 만약 우리에게 꼭 트럭이 필요하다면, 전기차를 주된 생활용으로 타고, 저렴한 중고 내연트럭을 사서 농업에 쓸 것 같다.
얼마 전, 어머니 생신이어서 인천에 다녀왔는데 부모님께서도 전기차를 고민하고 계셨다. 그런데 전기차를 너무 만족하며 잘 타고 우리는 만류했다. 충천 인프라가 아직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집에서 편하게 충전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연세가 있는 부모님이 충전을 신경 쓰는 건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먼 곳에 가거나 여행을 다니다보면 충전 때문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단독주택에 살거나 단지에 충전 인프라가 충분한 곳에 사는 사람에게만 전기차를 강력 추천한다.
전기차 보조금은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지방에 살고 있다면 아직 괜찮은 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청양군은 1,300만원이 전기차보조금으로 지원된다. 그렇다보니 일반SUV나 전기SUV나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부모님이 살고 계신 인천은 보조금이 940만원 정도다. 약 4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지방에 살아서 충전 인프라가 편하고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면 전기차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는 지방에 더 많은 전기차보조금을 투입해야 한다고도 본다. 확실한 차별점으로 지방의 매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다. 수도권 인구 밀집으로 인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거고,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보급률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다. 지금도 지방의 전기차보조금이 훨씬 많지만, 보다 획기적이고 확실한 방안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