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㊵] 무너진 귀농의 꿈… ‘역귀농’을 막으려면

2024-05-24     청양=박우주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귀농 후 현지인들과 갈등을 빚거나 갑질을 당해 도시로 돌아가는 역귀농을 방지하고, 현지인과 외지인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최근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경북 의성에서 20대 청년농부가 세상을 떠난 사건. 비단 그 청년농부뿐 아니라 그동안 귀농 후 사기를 당하거나 힘든 일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귀농을 후회하는 것을 넘어 역귀농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꿈을 안고 귀농한 이들이 씁쓸하게 발길을 돌리고, 또 이러한 일들이 알려지면서 농촌의 이미지가 좋지 않게 각인되는 게 개인적으로 무척 안타깝다. 

귀농에 대해 유튜브 등을 검색을 했을 때 부정적인 내용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 ‘갑질’이다. 새로운 터전에 왔으면 그곳의 문화를 따르는 게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분명 너무 과한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마을발전기금이다. 나도 처음 귀농했을 때 마을발전기금으로 30만원을 냈는데 아직도 왜 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임대로 잠시 살았던 곳에서 어느 날 이장님께서 마을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셨고, 30만원이라는 금액이 이장님과 마을 분들이 도와주신 것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라 생각해 감사한 마음으로 냈는데 지금도 솔직히 이해는 안 간다.

그러다 다른 마을로 이사를 하면서 주변마을은 마을발전기금이 200만원이나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내라고 하면 거절할 생각으로 어떻게 말할지 까지 생각해뒀는데, 다행히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라는 소리를 못 들었다. 없어진 건지, 말을 못하는 건지, 마을에서 떨어져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마을발전기금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은 맞다. 귀농해서 이를 접하는 많은 사람들은 텃세이자 갑질이라고 생각한다. 마을발전기금을 왜 내야하는지, 그 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금액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는지 등을 명확하게 정해두고 상세히 설명한 뒤 내라고 한다면 텃세나 갑질로 인식되지 않고, 감정이 상하는 일도 없지 않을까. 시골식 ‘얼렁뚱땅’이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청년농부가 세상을 떠난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청년농업인단체의 갑질과 괴롭힘이 이유였다고 한다. 앞서 23편([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㉓] 우리가 단체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을 통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해서 단체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단체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농촌에 필요하고 좋은 일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단체는 필요하다. 문제는 그 단체에 속해있는 몇몇 나쁜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의 나쁜 행태를 고발하고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보조사업 지원대상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단체에서의 갑질은 간부급들에 의해 자행되는 경우가 많다. 단체에 가입하고, 간부급으로 활동하기까지 하면 보조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간부급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조사업 지원을 위해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보조사업 자격박탈은 큰 제재가 될 거고, 갑질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거다.

부당함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 본인이 갑질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참지 말고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부당하고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고발을 해서라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상황이 더 심각해지지 않고 발전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귀농귀촌을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이렇게 조언한다. 예의와 겸손이 필수지만, 당당하고 당돌한 모습도 보여야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우리 부부 중에선 와이프가 당돌함을 맡고 있어서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도 역귀농한 분들이 있다. 그중에서 우리가 귀농 2년차일 때 귀농한 중년부부가 있는데, 우리에게 참 잘해주신 좋은 분들이었다. 그런데 몇몇 사건들이 터졌다. 당사자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겪게 됐고, 시골사람들은 적응 못한 귀농인이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며 비난했다. 결국 그 중년부부는 역귀농했다. 나는 중립 입장이라 누가 맞고 틀리다고 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억울한 일들을 당하면서 벌어진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중재해주고 두루 살피는 것은 이장의 역할이다. 그래서 귀농을 하면서 이장님을 잘 만나는 것도 복이다. 우리는 너무 좋은 이장님을 만났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고 들었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이장들을 대상으로 좀 더 체계적이고 필요한 교육을 하면 좋겠다. 특히 우리나라의 농촌 현실과 귀농인들에 대한 여러 갑질 논란 사례 등을 통해 외지인들을 잘 대해주고, 적응을 도와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인식하게 한다면 씁쓸한 갈등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장만 잘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귀농한 외지인도 잘 해야 한다.

오랜 세월 시골에 뿌리내려온 문화와 풍습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시골은 사람 일손이 중요하다 보니 ‘품앗이’ 같은 공동체 문화가 강하다. 그런데 이제는 인구가 크게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고령화됐고, 농사일도 기계화가 많이 됐다. 공동체 문화가 ‘시골의 정’이기도 하지만, 시대 변화와 마냥 동떨어져선 안 된다. 개인주의로 변화하는 시대에 그런 것들을 원치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청양군의 귀농지원정책 중에 ‘집들이 지원’이라는 게 있다. 마을잔치를 열어 친분을 쌓을 수 있도록 약 50만원을 지원해준다. 그런데 막상 이장님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신다. 현수막을 걸고, 사진도 찍어야 하는 등 귀찮은 일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사비로 몇 분만 초대해 식사 대접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지원보단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마을에 분야별로 멘토 몇 명을 지정해서 귀농한 사람에게 농업 노하우를 전수해주거나 여러 어려운 점에 대한 상담을 해주게 하고, 그 시간에 대해 멘토와 멘티 모두에게 소정의 금액을 지원해주는 거다. 그러면 현지인과 귀농인이 함께 윈-윈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 또한 멘토 역할을 돌아가면서 하게 한다면 현지인과 귀농인이 두루 친분을 쌓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거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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