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표결 D-4… 정부 “이대로는 어려워” 호소
단어 모호·법적 충돌·시간 전부 고려해야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선구제 후회수를 중심으로 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지난 17일 공언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기관과, 법무법인 연구원 등 민간기관이 모여 이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지난 23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선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종합토론회’가 이뤄졌다. 해당 토론회에서 정부 기관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모호성, 인력·자금 부족 등과 같은 문제점들을 잇달아 지적하며 특별법 개정안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 어려움 토하는 실무·집행기관
먼저 실질적으로 선구제 후회수 지원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측은 실무기관으로서 선구제 후회수뿐만 아니라 그 과정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토로했다.
최우석 HUG 전세사기피해자 경·공매지원센터 팀장은 “채권 매입 절차를 따르기 위해선 법안에 따라 HUG가 설치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통해 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 신청 접수를 하도록 되있다”며 “전국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총 5개소 중 공사가 설치한 피해지원센터는 단 1개소로 공사가 운영 중인 센터에서 모든 매입 신청을 접수받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법안에 따르면 HUG와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관이 채권매입을 하도록 돼 있는데, 단기간 내에 대통령령으로 매입기관 추가 지정은 곤란하다고 보고 있어 HUG가 유일하게 채권매입 기관으로서 활동해야 할 수 있다”며 “전세사기피해자지원뿐만 아니라 HUG 고유 업무인 보증발급 및 대위변제가 급증하고 있어 HUG의 인력과 예산으로 전부 해결하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선구제 후회수 업무 수행 시 운용 비용만으로 1,000억원에서 3,000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HUG 예산만으로 이를 수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개정안 내용 모호성 도마 위… “주택도시기금법과 충돌할 수도”
개정안에 삽입돼 있는 단어들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한 것 또한 문제로 제기됐다. 선구제 후회수를 위해선 가치평가, 매입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정확히 할 기준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웅재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장(변호사)은 “공정한 가치평가의 기준이 전혀 없다”며 “회수 방안을 보면 ‘적정한 시기에 적정한 시가에 매입한다’고 적혀있어 적정이 두 번이나 나오는데 적정한 시기와 적정한 시가를 정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부의된 개정안은 앞으로 전세사기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사용돼야 할 기금의 법령과의 충돌이 불가피함의 문제 또한 제기됐다.
변 위원장은 “주택도시기금은 별도의 주택도시기금법으로 통제되고 있어 재원과 사용 용도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전세사기피해자법에 조항 하나 넣어서 이 틀을 흔드는 게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변 위원장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은 투자·출자할 때도 총액과 한도가 전부 법령에 기록돼 있으며, 여유자금이 있어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전부 시행령에 기록돼 있다.
이를 두고 변 위원장은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또한 주택도시기금 측면에서 일종의 채권투자라고 볼 수 있다”며 “채권투자인데 아무런 투자 한도도, 절차적 규제도 설정돼있지 않고 ‘공정한 가치평가’라는 불확실한 내용만 나열돼 있어 주택도시기금법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 정부, “절차와 실행 가능성 조율 안 된 것 아쉬워”… 구조상 지원 늦어질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지난 17일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과 조율하지 않고 단독적으로 법안을 이끌고 있다는 얘기도 언급됐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피해지원총괄과 과장은 “본회의까지 개정안이 가 있는 상황이라면 디테일한 절차, 실행 가능성에 대해선 국회 심의 절차에서 조율이 된 후에 반영이 됐어야 했다”며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장은 “야당은 절차와 과정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선구제 후회수’에 대한 찬반 의견만을 물어 국토부는 당시 반대 의견을 냈다”며 “선구제 후회수는 좋은 내용이지만 선 구제는 쉽지 않고 후 회수마저 어려워 피해자들의 혼란만 가중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오는 28일에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질적인 지원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과장의 설명이다. 이 과장에 따르면 피해자 지원을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사용하기 위해선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금액이 작거나 기존에 사용돼 왔던 용도라면 기획재정부 승인만으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대규모인 수조원이 새롭게 집행되려면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오는 28일에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피해자들에게 내드려 할 돈은 다음 22회 국회가 구성되고, 기금용 계획 승인이 떨어져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구조상으로 주택도시기금이 긴급히 사용될 수 없음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전세사기특별법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고 내년 5월에 기한을 두고 있는 한시적인 법이기에 추구하는 목적이 충실히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제시하고 있는 여러 개정안의 내용들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기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 법적 안전성이 유지되기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도 피해자들이 주거 안정과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공간에 장기적으로 임대료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며 “향후 전세사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현 개정안보다 더 강화된 예방책과 지원책을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충실히 도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