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향방은

국토부, “피해주택을 매입 후 공공임대로 전환해 장기 제공할 것”

2024-05-29     이강우 기자
2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이뤄진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재의요구안이 의결됐다. 사진은 국무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한덕수 대한민국 국무총리. / 뉴시스

시사위크=이강우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하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가운데 정부는 다시 한번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 정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재의요구안 ‘의결’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해당 법안의 모호성, 불확실성 등 여러 요소를 근거로 현 개정안 상태로는 피해자를 온전히 지원할 수 없다며 반대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지난 28일 표결 직후 밝혔다. 

지난 2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표결은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제외한 170명의 재석 국회의원들에 의해 이뤄졌으며, 투표에 참여한 170명의 국회의원 전원이 찬성했다.

그리고 2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이뤄진 임시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재의요구안(거부권)은 의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거부된다.

해당 회의에서 한덕수 총리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두고 “이 법이 시행되면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에 수조원의 주택도시기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투입된 비용의 상당액은 회수도 불명해 기금부실화가 우려된다”며 “결국 주거복지 증진 등 본연의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무주택 서민 등 국민께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특별법 개정안 통과 직후 입장문을 통해 “통과된 개정안은 제대로 집행하기 어려우며,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일반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없이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함과 동시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전했다.

이어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거부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 정부, 선구제 후회수 반대 입장… 계속거주 지원 강조

국토부를 포함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정부·실무 기관들은 선구제 후회수를 꾸준히 반대해 왔다. 

지난 23일 국토부 등 정부와 HUG·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주최·주관한 종합 토론회와 지난달 30일 HUG 주관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도 △법적 해석의 모호성 △실무기관의 자금부족 △인력부족 △시간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반대했다. 

또한, 지난달 30일 개최된 세미나에서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법의 시작은 피해자들이 당장 살고있는 집에서 쫓겨나는 것을 방지해주고 경매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계속거주’의 내용이었기에 피해자 산정을 폭넓게 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세미나에선 전세사기 피해자를 자원하는 기금에 대한 문제 또한 터져 나온 바 있다. 

이장원 국토부 피해총괄과 과장은 당시 세미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따르면 피해자들을 선구제 하기 위해 투입될 자금은 일반 국민들의 청약 저축 납입액과 국민주택채권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이다”며 “이는 잠시 빌린 부채의 개념이지 절대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는 자금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는 이어 본회의 표결이 시행되기 전날인 27일 ‘전세사기 패해지원 정부대안 발표’를 통해 선구제 후회수를 제외한 방안들을 발표했다. 

◇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공방, 계속 이어질 듯

해당 내용의 핵심은 LH 등 공공주택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우선 매수권을 양도받고 피해주택을 경매를 통해 매입한 후 해당 주택을 공공임대로 전환, 피해자에게 장기로 제공하는 것이다.

경매 과정에서 정상 매입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한 차익(LH 감정가-경매 낙찰가)을 활용, 공공임대 보증금으로 전환해 월세를 차감해 주는 등 최소 임대 가능 기간 10년 동안 피해자가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살던 집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나열돼 있다. 

이후에도 피해자가 계속 거주를 희망하면 시세 대비 50%~70% 할인된 저렴한 비용으로 추가로 거주(10+10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최초 10년간은 소득·자산·무주택 요건을 요구하지 않으며, 이후 10년의 추가 거주시에도 무주택 요건만 요구하는 등 상황을 고려해 요건을 완화하는 등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사실상 거부권이 행사돼 21대 국회에서 시행되지 못했더라도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앞으로 구성될 22대 국회에서도 계속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8일 본회의 통과 때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70명의 21대 국회의원이 찬성표를 던져 개정안이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0일 이뤄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지역구·비례대표를 포함해 170석을 가져갔다. 그리고 12석을 가져간 조국혁신당 또한 전세사기특별밥 개정안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기에 22대 국회에서도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또 다시 언급될 가능성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