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㊶] ‘완연한 봄’ 5월, 우리의 분주한 일상
시사위크|청양=박우주 봄이 완연한 5월이다. 농촌도 아직 모내기는 하지 않았지만 봄이 절정을 이르고 있다. 5월이 되면 우리는 주변을 많이 돌아다닌다. 주변에 모종 등을 많이 팔고, 축제를 하는 곳도 많다. 또한 농사일을 쉬는 겨울이 지나고 다시 맞는 봄은 농부들에게 가장 중요한 씨앗을 뿌리는 시기다. 한해 농사에 있어 이 때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에게 5월은 고추를 심는 때다. 고추는 최저기온이 영상 10도를 유지할 때 심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는 항상 5월 5일을 기준으로 1~2일 앞뒤로 고추를 심는다. 괜히 남들이 심는다고 따라 심다가 냉해피해를 입을 수 있어 늦게 심는 편이 훨씬 좋다. 3년차엔 남들이 심길래 마음이 급해져서 일찍 심었다가 반 이상이 냉해를 입어 2주 넘게 고추 성장이 안 좋았다.
고추를 심을 때 쓰는 모종은 어디서 구할까? 우리처럼 많은 양을 심는 농부들은 전문적으로 모종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구매한다. 그게 안전하고 쉽다. 그리고 우리는 5월이 되면 오일장에서도 모종을 산다. 오일장 모종은 판매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가격도 비싸고 품질보증이 안 된다. 우리가 적당히 먹을 용도로만 구매한다. 올해는 겨자채, 청양고추, 상추 정도 구매했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 중엔 “아니, 직접 씨를 뿌려서 키우는 게 맛도 좋고 뿌듯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씨앗을 모종으로 키우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춰줘야 한다. 물론 잘 키우는 사람은 잘 하지만, 우리처럼 신경 쓸 일 많아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모종을 사는 것이 낫다. 모종은 하나에 싸면 200원, 비싸도 400원 정도다. 모종 10개 정도만 사도 두 명이서 몇 달을 실컷 먹을 수 있는 쌈을 얻을 수 있다.
오일장은 부모님들이 오실 때도 꼭 같이 가는데, 너무 좋아하신다. 진짜 옛날 시골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부모님들이 오시면 각자 10만원씩은 쓰고 가시는 거 같다. 물건도 저렴하고 분위기에 취해서 지갑이 쉽게 열린다. 청양뿐만 아니라 근처에 공주, 예산, 부여 오일장도 다녀봤는데, 청양오일장이 가장 작지만 작아도 북적거리고 깔끔해서 제일 좋은 거 같다. 청양오일장은 2일과 7일로 끝나는 날에 열린다.
아내는 처음에 오일장에서 상처를 받기도 했다. 도시에서는 보통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친절하고 상냥한 말투와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대해준다. 하지만 오일장에선 아내가 꽃이 너무 예뻐 사려고 가격을 묻자 “5,000원”이란 퉁명스런 답만 돌아왔다. 눈길 한 번 주지도 않고 말이다. 그래서 팔겠다는 건지, 어리다고 무시하는 건지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고, 처세술을 장착했다. 여기저기 다녀보니 그 판매자처럼 할 말만 하고 도시에서의 서비스 마인드는 기대하기 어려운 판매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괜히 상처받지 않는다. 그리고 소통의 고수가 됐다. 이건 ‘시골스타일이다’라는 느낌이 오면 바로 모드를 바꿔서 시골말투와 표정, 뉘앙스로 소통을 하고, 그렇지 않을 땐 우리도 적당히 대한다.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니는 5월에 우리가 꼭 들르는 곳들도 있다. 바로 우리가 키우는 작물들을 잘 키우기로 유명한 사람들의 농장이다. 예전에 ‘농사 20년 고수라고 해봐야 농사 20번 지은 거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데이터를 잘 축적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그런 데이터를 쌓기 위해 잘하는 농장을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많은 걸 물어본다. 물론 유튜브에도 그런 정보들이 참 많이 있는데 믿을 수가 없다. 좋은 콘텐츠도 있겠지만 과장된 내용들이 많은 경우도 있어 우리는 검증된 사람들의 농장을 찾는다.
꼭 5월이어야 하는 이유도 있다. 5월은 농부들이 한해 농사를 잘 짓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시기다. 지난해 부족했던 점에 대한 보완 대책과 겨울에 구상해놓은 여러 방안들이 있기 때문에 이때 찾아가면 더 많은 노하우들을 얻을 수 있다.
우리도 올해 농사에 두 가지 변화를 준비 중이다. 먼저, 작년에 나방 때문에 고생을 해서 포충기를 직접 만들어 설치하려고 한다. 현재 해외직구로 구입한 것이 배송 중이다. 그리고 구기자 수확을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세팅해놓았다.
이 시기에 많이 열리는 축제도 꼭 다닌다. 봄을 만끽하는 데이트 차원도 있고, 무엇보다 요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번엔 남원 춘향제를 다녀왔는데, 알려진 대로 ‘백종원 효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축제였다.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아무래도 요즘 경기가 어렵다보니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그래서 우리도 바로 제품 가격을 조정했고, 가격을 낮을 수 있는 품목은 낮췄다. 이러한 시장 흐름 파악과 변화는 무척 중요하다.
봄은 꽃이 만발하는 때이기도 하지만, 잡초도 무성해지는 계절이다. 우리는 ‘예초작업’에 있어서도 올해 두 가지 큰 변화가 있다. 먼저, 모터 자주식 잔디깎기를 드디어 샀다. 예전부터 사고 싶었는데 가격이 부담돼 미루고 미루다 잔디 깎는 게 너무 힘들어 결국 샀다. 이전엔 약 50평 정도 되는 우리집 잔디밭을 예초기로 작업하면 2시간 정도 걸렸고, 땀을 줄줄 흘리며 너무 힘들었다. 모터 자주식 잔디깎기는 작동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앞으로 가기 때문에 힘이 하나도 안 들고 10분이면 작업이 끝난다. 또 내가 못할 때는 아내가 사용해도 위험하지 않다.
왜 진작 안 샀을까 후회할 정도로 너무 만족스럽다. 아내는 재미가 들려서 2주에 한 번씩 잔디를 깎자고 한다. 혹시나 잔디마당이 있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사라고 권한다.
또 하나의 변화는 아내가 예초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모든 예초는 내가 했었고, 아내는 항상 답답해했다. 아내가 나무 근처만 예초 좀 해달라고 몇 번을 말해도 나는 너무 덥다며 피했기 때문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 했던가. 그래서 아내가 예초하는 방법을 배웠다. 다만, 모터식예초기는 위험하기 때문에 전동예초기를 사용한다. 전동예초기는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고 날도 나일론으로 돼있어서 다칠 위험이 별로 없다.
이렇게 예초작업에 있어 두 가지 변화가 있으니 육제적인 힘듦과 서로를 향한 스트레스도 없어졌다. 올해 5월은 변화의 계절이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