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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특별법 제정 1년… “성과 있지만 한계도 커”

2024-06-14     이강우 기자
전세사기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해당 법안을 두고 피해자, 시민단체, 야권 인사들이 한데 모여 이에 관한 토론을 전개했다. 사진은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을 이어가고 있는 토론자들의 모습. / 사진=이강우 기자 

시사위크|여의도=이강우 기자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된 지 1년의 시간의 흘렀다. ‘선구제 후회수’ 도입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을 놓고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피해자·야권 인사·시민단체들이 모여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전세사기특별법 제정 1년 평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해당 토론회에선 △정부 발표 LH 매입안과 선구제 후회수 방안 비교 △직접적인 피해자들의 체감 △정부안에 대한 허점 △기타 기관들의 책임소재 등 다양한 토론이 오갔다. 

기존 특별법의 한계… “피해자 요건 충족 어려워”

가장 먼저 발제를 맡은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우선 기존 특별법의 한계로 ‘전세사기피해자의 인정 요건의 까다로움’을 전했다. 먼저 전세사기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은 네 가지가 있다. 이 중 ‘다수 임차인에게 피해 발생 우려’와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의도’, 이 두 가지의 조건에 막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전했다.

다수 임차인에게 피해 발생 우려는 한 명의 임대인에게 여려 명의 임차인이 피해를 본 경우 인정된다. 즉 피해를 본 사람들을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 같은 임대인에게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를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전국대책위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2개가 있다”며 “이 채팅방에서 다른 피해자를 찾아다니는 피해자들이 있고, 닉네임에 ‘임대인 소송’, ‘지역’ 등을 넣어 서로 찾을 수 있게 했지만 쉽진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가장 더 큰 문제가 되는 사항은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의도’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공동위원장은 “임대인의 미반환 의도 입증을 위해선 경찰 수사 개시가 절대적인 요소인데 20명의 피해자가 모였어도 경찰에선 수사를 개시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존재한다”며 “일선 경찰력의 한계가 있어 수사 개시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이런 상황에선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 공동위원장은 국토부에서 발표한 최신 통계 중 피해자 요건 미충족 2,199건 중 98%인 2,157건이 앞서 언급한 두 조건 때문에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 공동위원장은 국가의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공동위원장은 “정부 추산, 야당 추산, 피해자들이 직접 느끼는 내용이 전부 다르고 비용투입 문제에 있어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피해 내용을 토로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없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좌장은 맡은 임재만 교수는 “기존 특별법은 보증금 회수가 아닌 추가 대출을 유도한다”며 “안 그래도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전세대출을 상환하는데 다시 또 대출을 받는 게 과연 피해 대책인가”라고 언급했다. 

◇ “기존 특별법, 보증금 회수 아닌 또 다른 대출 유도”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참여연대의 이강훈 변호사는 정부가 발표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매입안을 두고 “LH가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피해 주택을 경매로 매입한 후, 이를 공공주택으로 전환한 뒤 경매 차익(LH 감정가-경매 낙찰가)을 이용해 시세에 50%~70% 할인된 가격으로 최대 20년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실제 LH가 매입한 주택은 2채 정도밖에 되지 않고 LH 측은 경·공매가 유예됐다는 이유로 매입이 늦어지는 상황이라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경·공매 유예를 제외하고도 매입이 늦어지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LH 측의 입장에선 매입을 하려고 해도 주택의 상태가 좋지 않은 등 여러 이유가 있어 늦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토론에 참여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정책은 실행돼야 하는 것이지 말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특별법 시행 이후 1년 넘게 LH 주택 매입이 2건 정도에 그친 문제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최 소장은 “정부 발표와 정책은 몇십 페이지가 나왔지만, 알고 보면 실행되는 것은 없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경·공매를 이유로 매입을 미룰 수도 있다”며 “정부가 내놓은 안건대로 LH만 매입을 할 게 아니라 GH(경기주택도시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기초지자체에서도 나서 매입을 진행하면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부처와 기관들의 공동 대응 있어야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접수센터장은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이전에 비해 더 적극적인 피해 지원 내용을 담고 있어 진일보한 정책 제안이라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다만 피해 시급성이나 심각성에 다소 미치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권 센터장은 “전국에서 발생한 피해였으며 피해자의 요건을 조사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며 “그래도 꽤 단기간 내에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서 그 체계를 잘 고치게 된 건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권 센터장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피해상담 △경·공매 유예 △금융·긴급 주거 지원 △매입임대 지원 △이주 지원 △법률지원 △생계비 지원 △주택관리 지원 등으로 프로그래밍화 했고 이것들이 다소 안착하고 있다는 점에선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한계’에 대해서 더 언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권 센터장은 “퇴거 되려는 사람에겐 퇴거 유예를, 계속 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겐 그 주택을 매입해 계속 살게 한다 등 제도적 측면에선 매우 정확해 보이지만, 해당 제도가 잘 작동하는지를 주목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권 센터장은 대전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4인 가구로 살아간 가족이 경매 유예를 신청했으나 유예를 거절당했고 결국 경매가 진행돼 사실상 강제퇴거 된 사례가 있다”며 “이분들은 긴급 주거지원, 공공임대주택 지원도 받으려고 했으나 결국 받지 못하고 스스로 민간에서 주택을 마련해야 했다”고 전했다.

또한 소득에 대한 항의도 빗발쳤다며 “초기엔 부부 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상 되면 피해 지원을 받기 어려워 이혼이라도 해야 하냐 라는 항의가 계속 나왔다”며 “이 조항은 8개월이 지나도록 변경되지 않고 작년 말에야 겨우 변경됐으나 지금도 사각지대는 계속 존재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프로그램의 한계를 설명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위해선 국토교통부뿐만 아니라 행정안전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여러 부처와 부 들이 한데 모여 긴밀한 협력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부처간담회를 많이 희망했으나 기획재정부와 같은 중요한 부처들은 빠지고 반쪽짜리 간담회를 진행한 적이 있다”며 “중요부처 관계자들이 나와 피해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해당 기사는 2024년 6월 14일 오후 5시 17분경 포털사이트 등으로 출고됐으나, 취재원의 성명 표기에 오기가 있었음이 뒤늦게 확인돼 6월 17일 오후 6시 13분경 이를 수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독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 보다 꼼꼼히 데스킹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전) 이철민

▲(수정 후) 이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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