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vs 야당, 탄핵 청문회 두고 ‘극한 대립’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청원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과 대통령실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실은 탄핵 청문회가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응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 야당은 공세의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에 나서면서 정국이 혼돈에 빠지는 모양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15일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민주당 김승원, 이건태, 이성윤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은 이날 경기 과천 공수처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상 초유의 국회 무시, 국민 무시”라며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특히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발생한 충돌을 문제 삼았다. 국회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로 향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직원들은 ‘규정’을 이유로 서류를 받지 않았고 경찰들과 야당 의원들과의 대치 상황도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의 이러한 물리적 대응이 ‘위법 행위’라고 보고 있다. 국회 법사위에서 의결된 정당한 요구서를 고의로 회피한 것은 ‘국회증언감정법’에 어긋난다고도 지적했다. 국회증언감정법 제12조에 따르면, 증인출석요구서 수령을 고의로 회피한 증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하나같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 직무 유기 등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들”이라고 했다.
당초 대통령실이 출석요구서를 대리 수령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돌연 대응이 바뀌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목요일 오전에는 대리 수령을 약속하며 상식적인 대응을 하던 대통령실이 오후 들어 갑작스럽게 입장을 번복하며 끝내 폭력 사태까지 이르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른 누구도 아닌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의 약속을 바꿀만한 그런 지시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또 누가 격노했기에 이런 폭력 사태까지 이른 것인지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며 대통령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 야당 압박 속 여권은 ‘청문회 불응’
야당의 공세 속에 대통령실은 청문회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관련 국민청원에는 사유로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방조 등 5가지 내용이 지적됐으나, 이것이 탄핵 요건에 부합하지 않다는 게 여권 내 주장이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위법 사항이 있지 않는 한 탄핵이라는 게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권 내부에서 청문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탄핵 청원 청문회는 본회의 의결이 없었는데도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불법적으로 조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기 위해 법사위에서 탄핵 국민청원을 심사한다는 얄팍한 꼼수를 쓴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위원이자 교섭단체인 국민의힘 소속 청구인들이 국회의원으로서, 국민대표로서 본 청원 건을 심도 있게 심의하고 표결할 수 있었던 권한을 박탈하는 등 중대한 위헌·위법한 하자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역시 오는 19일 청문회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 속에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며 여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표결도 공언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민심을 야당의 정치 공세로 폄훼하며 부정할 셈인가”라며 “국민의 청원에 답하기 위한 청문회를 위헌으로 매도하는 것은 헌법의 근간인 국민이 주권자임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