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식 최장 지각’‧‘본회의 합의 불발’… 여야, '끝없는' 대치

2024-07-16     전두성 기자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부터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우 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48일이 지나는 상황이지만,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는 여전한 모습이다. ‘채상병 특검법’‧‘대통령 탄핵 청문회’ 등의 현안을 두고 대립을 이어오며 22대 국회는 ‘개원식 최장 지각’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고, 7월 임시국회 본회의 일정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를 두고 여야는 ‘네 탓’ 공방만 지속하는 상황이다.

◇ 국회 개원식 ‘최장 지각’… 여야, ‘네 탓’ 공방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지 48일째인 16일, 국회 개원식이 열리지 않으면서 ‘개원식 최장 지각’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장 지각’ 불명예를 갖고 있던 지난 21대 국회가 임기 시작 48일 만인 2020년 7월 16일에 개원식 열었지만, 22대 국회는 이 기한을 넘겼다.

여야는 애당초 지난 5일 개원식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채상병 특검법을 일방 처리하고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개원식 개최가 연기됐다. 하지만 이후엔 ‘대통령 탄핵 청문회’ 등을 두고 대립을 이어오면서 개원식 개최 시기도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를 두고 여야는 ‘네 탓’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여야가 합의한 국회 개원식도 무산시키고, 7월 국회 일정도 보이콧하면서 본회의 개최마저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일할 생각은 없고 오로지 대통령 부부 방탄에만 목숨을 걸고 있다”며 “이렇게 계속해서 발목을 잡으니 ‘국민의짐’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한쪽이 계속해서 억지와 몽니를 부리는데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비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간 원만히 협의해 나가는 모습이 될 때 개원식이 가능하지 않겠나”라며 “위헌‧위법적인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까지 무리하게 진행하는 상황에서 개원식이라는 게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 음모를 갖고 진행하는 야당을 상대로 함께 개원식에서 선서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갖는 것을 의미가 없고 무리한 시도”라고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우 의장 주재로 회동을 가졌지만, 이 자리에서도 개원식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추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개원식은 여러 사정상 당분간은 하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을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선 개원식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 ‘감정싸움’만 주고받은 원내대표 회동… 7월 본회의 합의 불발

여야는 7월 본회의 개의 일정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은 우 의장에게 오는 18일과 25일 본회의 개의를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이 상정할 안건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일정 합의를 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7월 본회의 개의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추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계속 대화를 위해서 매주 월요일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단과 함께 오찬 회동을 하기로 협의했다”고 전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공개 회동 자리에서도 신경전이 오갔다. 박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의 전당대회를 비판하자, 추 원내대표가 이에 유감을 표하며 감정싸움의 양상까지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추 원내대표를 마주 보며 “요즘은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하면서 막장 드라마 뺨치는 집안 진흙탕 싸움에 여념이 없다”며 “이게 제대로 된 집권여당의 모습인지 국민들 보기에 민망하다”고 직격했다.

이에 추 원내대표는 “양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님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남의 당 전당대회에 관해 거친 언사를 하는 것이 기본 도리에 맞는 것인지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저희들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모습에 관해 할 말이 없겠는가. 이런 것은 서로 지켜야 될 법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아울러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하는 행태는 방송 4법, 노란봉투법 등과 같은 숙의도 제대로 되지 않은 정쟁적 요소만 가득한 법안들만 밀어붙이고, 그거에 관한 본회의 의사일정 합의를 유도‧강행하려는 모습만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원만한 의사일정 협의가 되겠는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처럼 여야 원내대표가 마주 앉은 상황에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자 우 의장은 “참 쉽지 않다”며 “이런 정쟁의 무한 반복으로 여야 모두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