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 야당서 ‘기자 이진숙’ 떠올린 이유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책에 있는 내용과 30년 후의 이진숙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언론인 출신인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쓴 책을 꺼내 들었다. “이 책을 보고 한때 이진숙 기자를 내 기자의 모델로 생각했다”고 고백한 이 의원은 “이 책은 이제 폐기해야 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언론관과 정치적 편향성 등을 문제 삼으면서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과거 언론인으로서의 이 후보자를 떠올렸다. 이들은 당시 정의감과 사명감에 불탔던 이 후보자가 현재 ‘공영방송 탄압’의 선봉에 서고 있다며 쓴소리를 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에 대해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 기자였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이진숙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것은 크게 두 차례”라며 “한 번은 바그다드에서 종군기자로 활약할 때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명박 정부 시절 MBC 후배 기자들을 유배 보내고 노조를 탄압했던 방송 장악의 선봉대가 됐을 때”라고 꼬집었다. 그는 “두 가지 얼굴 중 어떤 것이 이진숙의 본질인가 혼란스럽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과거 페이스북 발언 등을 문제 삼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이 노란리본으로 온 나라를 뒤덮었다”고 쓴 것과 이태원 참사에 대해 “좌파 언론 뒤에 대한민국을 뒤엎으려는 기획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적은 것 등이 대상이 됐다. 아울러 이 후보자가 5·18 민주화 운동을 ‘폭도들의 선전선동에 따라 발생했다’고 한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이러한 발언이 곧 이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굉장히 편협한 사고방식을 갖고 계신다”며 “역할이 바뀌면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분 같아서 공인으로서 자격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퇴하시는 게 훨씬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좋아 보인다”고 했다.
◇ 이진숙 “노조 권력 보며 세계관 달라져”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자는 공영방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공영방송 정상화의 핵심은 궁극적으로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와의 ‘결별’이다. 앞서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후 일성으로 “정치 권력, 상업 권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먼저 공영방송들이 노동 권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인식은 이 후보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정동영 위원님을 정 선배라고 부르면서 같은 공간에 근무할 때가 있었다”며 “그때는 MBC 뉴스데스크에 서로 광고를 하고 싶어 할 때였고 드라마 왕국, 예능 왕국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언론노조가 주도적인 회사 내 세력으로 되면서 정치성이 강화됐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노조가 중요한 결정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돼 버렸다”며 “제작 자율성과 인사 부분에 있어서 임명 동의제, 이 두 개가 핵심인데 사실상 임명과 콘텐츠 제작 부분을 현실적으로 보면 노조가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달라졌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탄에 대해서도 그는 “언론노조의 권력을 보면서 저의 세계관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를 적극 옹호했다. 이 후보자를 공영방송 정상화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날 국회 청문회장 입구에서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이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한 것도 여당의 명분이 됐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것이야말로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지난 5년간 얼마나 야만적인 폭력을 행사했는가를 여기서 더 생생하게 확인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