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동훈 체제’ 첫날부터 공세 모드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 취임 첫날부터 공세 모드에 들어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한동훈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상정했고, 한 대표를 향해 ‘채상병‧김건희 특검’ 수용과 수평적 당정 관계 등 5대 요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한동훈 체제’ 시작부터 공세 모드를 취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견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한동훈 취임 첫날, ‘한동훈 특검법’ 상정
국회 법사위는 24일 ‘한동훈 특검법’(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관 재직 시 비위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하고 향후 청문회와 공청회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했다. 법안엔 한 대표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지난 대선 당시의 고발 사주 의혹 등이 담겼다. 조국혁신당은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한 대표의 법무부 장관 시절 ‘댓글팀 의혹’도 심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안건을 상정하려고 하자 즉각 반발했다. 송석준 의원은 “한 대표가 (당 대표에) 선출된 것이 어제(23일) 아닌가”라며 “어제 선출됐는데 (당 대표 취임) 첫날 여당 대표에 대한 특검법을 (법사위) 1호 안건으로 올리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준태 의원도 “당 대표 선출 축하 인사를 이런 방식으로 하는지 묻고 싶다”며 특검법안이 위헌적 요소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안이 발의됐는데 상정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맞섰다. 서영교 의원은 “법안이 발의된 건 상정을 안 할 수가 없다”며 “그걸 안 하자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처럼 민주당 등 야권이 한 대표 취임 첫날 한동훈 특검법을 논의한 데 대해 정치권에선 여권의 분열을 의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 재표결 절차에서 이탈 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서 한 대표와 친윤계(친윤석열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 때문에 나온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에 이러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소개하면서도 “그게 (민주당)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한동훈 특검법 통과로 정국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주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한동훈 특검법과 함께 ‘김건희 특검법’(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의혹 등 진상규명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함께 상정했다.
◇ 민주당, 특검 수용‧수평적 당정 관계 등 5대안 요구
민주당은 이날 한 대표의 당 대표 선출을 축하한다면서도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수용’, ‘수평적 당정 관계’ 등 5가지 안을 요구하며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찬대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새 대표로 한 후보가 선출됐다. 축하드린다”면서도 “한 대표는 당선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민심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민심은 해병대원 특검법 통과를 압도적으로 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결에 찬성 표결을 당론으로 확정함으로써 민심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공개 최고위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가 (민주당의) 5대 요구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5대 요구안으로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수용 △윤석열 정권 방송장악 중단 △국회 운영 정상화 협조 △‘윤명한복’(윤 대통령이 명령하고 한 대표가 복종한다는 뜻)식 당정 관계 거부 △정책‧비전 통한 야당과의 ‘잘하기 경쟁’ 등을 제시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한동훈 특검법 상정 등 취임 첫날부터 공세 모드에 들어간 것은 한 대표 견제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 교수는 “민주당이 한 대표를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며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면 한동훈 특검법을 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정성호 의원도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취임했을 때 민주당에서는 ‘한나땡’이라고 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 같다”며 “이번 여당 전당대회 과정을 봐도 또 대통령과 어느 정도 각도 세우면서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