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㊸] 실패하며 배운 농업용품 선택 노하우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농업에 있어 농기계 등 각종 농업 관련 용품들은 선택사항이긴 하지만 농사를 효율적으로 짓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 다만, 처음 농사를 지을 땐 여간 어려운 선택이 아닐 수 없고 시행착오도 많이 하기 마련이다. 정보를 얻기 위해 유튜브나 블로그를 찾아보기도 하지만 쉽지 않다. 워낙 많은 용품들이 있을 뿐 아니라 그만큼 광고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도 여러 뼈아픈 경험을 많이 축적시켜왔다. 정말 최악의 용품을 겪어보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어간 그 귀한 정보를 공개해보려 한다.
광고를 보면 농업에 정말 필요할 거 같고 효능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도 몇 번을 속았다. 한 번은 가벼워서 여자도 쉽게 할 수 있는 ‘신개념 예초기’라는 말에 잔뜩 기대를 하고 구매했는데, 너무 가벼워서 억센 잡초를 베어내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잡초를 베지 못하는 예초기라니. 두 번 쓰고 버렸다.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편하게 잡아주는 원터치 고정 끈도 구매했었다. 처음에는 너무 좋았다. 2,000개정도 되는 고추를 다 고정해줬다. 그런데 농작물은 계속 자라기 마련이고, 그것에 맞춰 고정 끈 위치를 옮겨줘야 한다. 이전에 썼던 것은 고정 끈 옮기는 게 가능했는데, 원터치 고정 끈은 옮기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게 쓸모가 없어졌고 역시 버렸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고 소개하던 작물지주대는 2년을 쓰니 땅에 박자마자 휘어졌고 땅에 박힌 부분은 삭았다. 이런 식으로 자잘하게 소비해서 낭패를 본 것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한 번 살 때 제대로 된 것을 사기 위해 더 알아보고 구매하고는 한다.
처음 귀농할 때 생각했던 농기계는 경운기였다. 농촌생활의 낭만일 뿐 아니라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했다. 이동이 가능할 뿐 아니라 경운기 모터로 약을 줄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막상 실전은 생각과 달랐다. 만약 농사짓는 곳이 멀리 있고 모터를 써서 약을 줄만큼 규모가 크다면, 수확을 한 뒤에 싣고 올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경운기는 짐 싣는 공간이 크지 않고, 거기에 약을 주기 위한 통까지 두면 더욱 줄어든다. 또 이동속도가 무척 느리다. 이동에는 쓰지 않고 약을 주는 용도로만 쓰더라도 크기가 커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보관할 창고 같은 곳이 없으면 부식되기도 쉽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우리는 경운기를 사지 않았다. 거리가 있는 곳에 농사체가 있다면 중고 트럭과 모터를 다는 것을 추천한다. 가격은 조금 나가겠지만 효율성을 따진다면 훨씬 이득이다. 요즘 대부분의 어르신들도 이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경운기를 사용하는 분들도 있지만, 정말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천천히 농사짓는 용도로 사용하신다.
농사체가 멀지 않다면 경운기가 아니라 동력분무기를 사면 좋다. 가격은 새 제품도 비싸봤자 50만원이다. 크기는 작고 50m정도 되는 물 호스까지 있어서 보관과 관리가 굉장히 좋다.
우리도 3년 정도는 동력분무기로 약을 줬었다. 다만 단점도 있다. 무조건 2인 1조로 약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명은 분무기가 있는 앞쪽을 맡고, 다른 한 명은 뒤쪽에서 호스를 챙겨줘야 한다. 세팅부터 정리까지 약 1시간~1시간반 정도 걸리는데, 이걸 7~15일 간격으로 해야 한다. 약값도 적게 들어갈 땐 만원도 안 들지만 많이 들 땐 3~4만원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약값을 덜 쓰는 방법은 없을지 생각하게 됐고, 유튜브를 통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신세계를 발견했다. 130만원~150만원 정도 하는 이탈리아 제품인데, 비싸긴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농사용품 중 가장 만족한다. 혼자서도 300평이 아니라 1,000평, 3,000평도 거뜬하게 할 수 있는 농약방제기계로 우리 같은 소작농에게 더욱 알맞은 농기계다. 어깨에 메고 사용하기 때문에 혼자서 할 수 있고, 안개분사형태로 약을 주기 때문에 약값도 절반 이상 절약된다. 그래서 지금은 나 혼자 약을 하고 있고 그 시간에 아내는 다른 일을 한다.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준 제품이다.
물론 비싼 게 그저 좋기 만한 것은 아니다. 최근 뉴스를 보니 농업기계회사들이 대체로 쇠퇴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농기계에 자율시스템을 넣는 등 다양한 시도도 나타나고 있는데, 크게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이겠지만 나와 같은 소작농들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는 이야기다.
대농들은 무조건 가지고 있는 트랙터는 가격이 4,000만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반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기계인 농업관리기는 약 300만원이다. 이 이상 큰 건 필요 없다. 대농이나 소농이다 투자대비 이득을 많이 봐야 하는데 농기계가 너무 비싸다. 뛰어난 기술력이 들어가고 좋은 건 알겠지만 4,000만원이나 하는 장비를 사서 수익을 올리려면 농사를 크게 짓지 않는 이상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농업 보조사업 중 트랙터보조사업도 있다. 트랙터 가격의 40~50%를 보조해주는 사업인데, 대농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그래서 이걸 받기위해 4h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내 주위에도 4h활동을 열심히 해서 트랙터 보조를 크게 받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런 트랙터보조사업은 소농들에게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작농도 트랙터가 필요한 경우들이 있는데, 특히 봄에 밭을 갈 때 트랙터로 갈면 확실히 곱게 갈려서 농사할 때 좋다. 농협에 전화를 하면 굴삭기 기사님을 불러서 작업할 수 있는데, 하루에 50만원이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이 그만큼 하려면 답이 없기 때문에 꼭 필요할 때 불러서 작업하면 좋다.
이런 식으로 트랙터도 필요할 때 기사님을 불러 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어떨까. 트랙터뿐만 아니라 농업관리기 등 농기계를 잘 다루시는 분들로부터 책정된 비용을 내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거다. 면사무소나 농업기술센터 같은 곳에서 명단과 가격 등을 정리해두면 그분들은 소일거리를 하며 돈을 벌 수 있어 좋고, 소작농들 입장에서도 전문가가 좋은 장비로 도움을 주니 좋지 않을까. 만약 이런 시스템이 있었다면 나도 이를 적극 활용해 조금 더 편하고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었을 거 같다.
특히 장비로 인한 어려움은 귀농 초기에 더 많다. 우리는 귀농 초기에 좋은 이장님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소농들을 위한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