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공무원 사망] “정부 무도함이 목숨 앗아가” vs “정치적 이용 없어야”

2024-08-09     권신구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두고 여야가 상반된 반응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A씨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업무를 맡았다는 점에 집중하며 윤석열 정부에게 이번 죽음의 책임을 물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의 디올 명품백 수수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와 좌절, 모욕감을 안겨 준 윤석열 정권의 핵심적 치부”라며 “도덕적 양심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공무원들이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전날(8일) 오전 9시 50분경 세종시 자택에서 발견됐다. A씨가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자 한 직원이 아파트를 방문해 신고했다. 현장에서는 메모 형태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A씨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이송 특혜 사건 등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최고위원은 “검사들이 출장뷔페 가듯이 김 여사 앞에 불려 가 핸드폰 뺏기고 신분증 뺏기고 수사했다 하니 국민권익위야 오죽했겠나”라며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이 조사하겠다던 검찰총장도 결국 사과할 수밖에 없었던 윤석열 정부의 무도함이 끝내 아까운 한 공무원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찍이 군사 독재 정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몰염치의 극치”라며 “예전에 잔인하고 비열하고 무능했던 독재 정권도 국민에게 잘 보이려는 척이라도 했고 착한 척이라도 했고 야당과 협력하는 척이라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무지몽매하고 무지막지하다”고 힐난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8일) 논평에서 A씨가 맡았던 업무들에 대해 “이들 사건에 대한 권익위의 처리는 많은 비판을 낳았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권익위 내부 실무자들이 말하지 못할 고초를 당한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어 “혹여나 고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고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반응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러 억측이 있지만 최우선으로 유가족의 황망한 심정을 헤아려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안 의원은 “여야가 상대를 악마화하고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중간에 낀 공무원들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