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료‧색소 넣어도 ‘탁주’ 인정될까… 주류업계 ‘갑론을박’

2024-08-21     연미선 기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에 탁주 기준 완화 내용이 담겼다. 최근 주류 업계서는 이와 관련된 찬반 논란이 일고 있어 이목이 쏠렸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정부가 전통주 주세 감면 기준 확대에 나섰다. 최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향 막걸리 등 향료‧색소가 첨가된 제품도 ‘탁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류 업계서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어 이목이 쏠렸다.

◇ ‘탁주’는 33원, ‘기타 주류’는 246원… 분류에 따라 세부담 달라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는 완화된 주세법 시행령이 담겼다. 현행법 기준으로 막걸리에 향료‧색소가 첨가된 제품의 경우 탁주가 아닌 ‘기타 주류’로 분류되고 있다. 이를 ‘탁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현행 주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제조 원료로 △녹말이 포함된 재료 및 누룩‧물 △당분 및 과일‧채소류 △아스파탐‧당분 등 첨가제가 들어갔을 경우 ‘탁주’로 인정된다. 현행법에서는 향료‧색소를 막걸리 원료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향 막걸리지만 ‘막걸리’라고 표시할 수 없다. 예컨대 국순당의 ‘쌀 바나나’와 서울장수의 ‘허니버터아몬드주’가 대표적이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해 “탁주에 허용 가능한 첨가물을 확대해 다양한 맛과 향의 제품개발‧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되면 향‧색소가 첨가된 막걸리에 붙는 세금도 달라지게 된다. 막걸리에 향료‧색소를 첨가한 750ml 제품의 출고 가격이 1,0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현행 주세법에 따르게 되면 해당 제품은 기타 주류로 분류돼 246원의 세금이 붙는다. 기타 주류는 과세표준(출고 가격의 81.9%)의 30% 수준의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때 향 막걸리 등이 탁주로 분류될 경우, 세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현재 탁주는 1L당 44.4원의 세금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동일한 제품에 적용하면 33원만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 “본연의 것 지켜야” vs “경쟁 통해 산업 활성화”

기재부가 내놓은 탁주 기준 완화를 두고 업계서는 찬반 논란이 뜨겁다.

우선 향료‧색소를 넣은 막걸리를 탁주로 인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측은 해당 정책이 막걸리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향료‧색소를 넣을 수 있게 되면 ‘막걸리 향’만을 내는 제품이 우후죽순 생기는 등 품질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막걸리 시장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반면 찬성하는 측은 규제 완화가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탁주와 기타 주류에 대한 분류가 사실상 막걸리 업계에 규제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타 주류의 경우 막걸리나 탁주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어 마케팅에 제약을 받는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1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막걸리의 경쟁 상대는 막걸리가 아닌 타 주류”라면서 “막걸리가 주류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막걸리가 나와야 하고, 그 막걸리 중에서 선택은 소비자가 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경쟁을 통해 시장이 발전하는 것이지 이를 법으로 통제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적용됐던 규제가 되레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막걸리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에 국내서 막걸리 붐이 일었을 때, 대기업들도 막걸리 시장에 뛰어들려 하자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 품목으로 지정했던 적이 있다”면서 “당시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양조장들은 (해당 정책으로) 보호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침체됐다”고 짚었다.

이러자 일각에서는 새로운 주류 항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주세법에서 향료‧색소가 첨가된 막걸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본연의 전통주를 장려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 향 막걸리 등이 지닌 마케팅 및 세율 부담을 완화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