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정치’ 맹공한 대통령실… ‘가짜뉴스 척결’ 명분 쌓나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오는 24일 1년째에 접어드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야당을 정조준하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괴담 선동을 이제 그만두겠다고 약속하라”고 압박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가짜뉴스’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부쩍 자주 내놓은 가운데, 후쿠시마 오염수의 ‘과학적 안정성’을 근거로 가짜뉴스 척결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괴담 정치’ 맹공한 여권… 야당 ‘정조준’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23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24일은 야당이 후쿠시마 ‘괴담’을 방류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라며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황당한 괴담이 거짓 선동으로 밝혀졌음에도 ‘괴담의 근원지’인 야당은 대국민 사과조차 없이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핵폐기물’, ‘제2의 태평양 전쟁’ 이와 같은 야당의 황당한 괴담 선동이 아니었다면 쓰지 않았어도 될 예산 1조6,000억 원이 이 과정에서 투입됐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았던 여권은 최근 본격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1년간 야당이 주장했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에 따르면, 첫 방류개시 이후 올해 8월 19일까지 국내 해역과 공해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총 4만9,633건의 방사능 검사를 진행한 결과 방사능 안전기준을 벗어나는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가 궁극적으로 야당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입증한 것이라는 게 여권의 평가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큰 문제가 아닌 사안이 극도로 정쟁화된 원인이 야당의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에 여권은 비판에 적극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여권이 꼽는 대표적 ‘가짜뉴스’다. 한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던져 놓고 괴담을 유포하고 그걸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런 행태 때문에 더 악화됐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불리한 여론 지형이 결과적으로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져 왔다는 점 때문에 여권이 가짜뉴스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과거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바이든-날리면 논란’ 이후 여권 내에서 부쩍 ‘가짜뉴스’에 대한 언급이 잦아졌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 대표는 전날 회의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모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도 그 청담동 술자리가 사실일 것으로 믿는 사람이 거의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된다”며 “이런 것을 민주당이 노린 것”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가짜뉴스 관련 경고의 메시지를 연일 내놓는 것도 이러한 여권의 인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을지 및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했고,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론 분열 및 혼란을 우려한 것이지만, ‘반국가 세력’ 등 가짜뉴스의 주체를 특정한 대목에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여권은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를 계기로 야당의 공세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 대변인은 “광우병, 사드에 이어 후쿠시마까지 국민을 분열시키는 괴담 선동을 이제 그만두겠다고 약속하고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괴담 정치를 반드시 종식시킬 것”이라며 “아님 말고식 괴담 정치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