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新 마을버스 보고서④] 서울 과밀노선 마을버스 직접 타 보니…

서울 대표 과밀노선 ‘금천01’ ‘동대문01’ 버스 탑승기

2024-10-28     전두성 기자
사진 좌측은 승객들이 '금천구청역' 정류장에서 서울 금천구의 마을버스인 '금천 01번'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이며, 사진 우측은 승객들이 '회기역' 정류장에서 '동대문01'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이다.  / 전두성·손지연 기자

시사위크=전두성·손지연 기자  마을버스. 포근하고 정겨운 이름과 달리 긴 배차 간격, 비좁은 탑승공간 등 불편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마을버스가 필수인 사람들이 있다. 목적지로 가기 위한 시작이 마을버스여야 하고,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최후가 마을버스여야 하는 곳이 있다. 특히 이런 곳들은 탑승객 수요가 집중되는 ‘과밀노선’ 지역이다. 승객이 가장 붐비는 평일 아침의 과밀노선 지역은 어떤지 직접 타 봤다.

◇ ‘금천 01번’, 정류장 수 30개… 출퇴근 시간 ‘콩나물시루’ 

서울 금천구 독산 1동과 시흥 1‧2동을 누비는 마을버스 ‘금천 01번’, 이름은 마을버스지만 이를 이용하는 승객수를 따지면 시내버스 못지않다. 이 버스는 일평균 승차량이 1만1,000여명(‘서울 열린데이터 광장’ 서울시 버스노선별 승하차 인원 정보, 2024년 9월 한 달 기준)에 달한다. 

특히 출‧퇴근시간 이용량은 급증한다. 금천 01번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주민은 버스를 ‘콩나물시루’에 빗대기도 했다. 이처럼 마을버스임에도 불구하고 ‘과밀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는 ‘기사 부족’이다. 마을버스 기사가 부족하다보니 버스 운영 대수가 줄어든 것이다. 

23일 오전 7시 51분, 금천 01번의 첫 정류장인 ‘독산역’에서 버스에 탑승했다. 이 정류장에선 총 7명이 탑승했다. 출근시간인 점을 고려했을 때 적은 수의 탑승객이었다. 하지만 4개의 정류장을 지나 지하철 1호선이 있는 ‘금천구청역’에 도착하자 버스는 승객들로 가득찼다. 이 정류장에서만 19명이 탑승한 것이다.

23일 오전, 서울 금천구의 마을버스인 '금천 01번' 버스에 승객들이 탑승해있는 모습. / 전두성 기자

이후 3~4명의 승객이 승‧하차를 반복했고, ‘시흥2동주민센터’ 정류장에서 대부분의 승객이 하차했다. 이는 ‘1차전’에 불과했다. 이후 아파트 단지에서 승객들이 대거 탑승하면서 버스 안은 36명의 승객들로 가득찼다. 좌석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통로에 승객들이 서 있어서 이동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 남성 승객은 “지나가겠다”는 말을 하고서야 이동할 수 있었다. 혼잡했던 버스 안은 회차지를 지나 ‘금천구청역’에 도착해서 차분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혼잡한 상황은 퇴근시간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금천 01번을 이용하는 박인숙(65‧여) 씨는 버스를 ‘콩나물 시루’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퇴근시간에는 ‘독산역’ 정류장 앞에 50m 넘게 줄을 서 있다”며 “버스를 못타고 걸어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서울 금천구의 마을버스인 '금천 01번' 버스가 차고지를 나와 '독산역' 정류장으로 다가오는 모습. / 전두성 기자

승객들과 버스 회사 관계자들은 이러한 마을버스의 ‘과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기사 부족’을 꼽았다. 박씨는 “기사들은 없고, 배차 시간은 늦다”며 불편함을 토로했고, 버스 차고지에서 만난 관계자도 “기사가 3분의 1로 줄었다”며 “난리가 아니다. 기사들이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을버스 기사들이 없어서 외국 기사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면 폐쇄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기사가) 많이 부족하다”며 “시내버스로 이직을 하기 위해 많이 그만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직 이유로 ‘급여 문제’를 언급했다.

승객들은 ‘배차 문제’도 지적한다. 보통 금천 01번 버스의 배차 간격은 3~4분(평일 기준)이다. 그러나 한 40대 여성 승객은 20분을 기다린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민들이 하는 말이, 배차 간격이 예전에는 잘 지켜졌는데 요즘엔 10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버스의 ‘과밀 현상’은 출‧퇴근시간 외에는 없다고 한다. 출근시간 후 ‘금천구청역’ 정류장에서 만난 70대 여성 승객은 “보통 오후 12시에서 1시쯤 버스를 탄다”며 “승객이 많다는 것은 못 느꼈다”고 말했다. 기자도 출근시간 후 버스를 다시 탑승했지만,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 ‘동대문 01’, 운행거리 가장 짧지만 과밀노선인 이유 

서울 동대문구의 마을버스인 ‘동대문 01’ 버스는 회기역부터 경희대 입구, 의료원 입구 사거리, 경희대 의료원을 거쳐 회차한 후 다시 회기역으로 돌아온다. 총 다섯 정거장을 왕복하는, 서울시에서 가장 짧은 버스노선이다. 또한 전국에서 손꼽히는 과밀 노선이기도 하다. 회기역 바로 앞에서 경희대로 향하는 학생들과 경희의료원으로 향하는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노선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전 9시 수업을 들으러 향하는 대학생들과, 8시 30분부터 시작하는 경희의료원 진료를 받으러 가는 사람들이 함께 몰리면서 북적임이 심해진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23 대중교통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동대문 01 버스의 평일 하루 평균 이용인원은 6,19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혼잡한 노선으로 꼽혔다.

‘동대문 01’ 버스는 회기역부터 경희대 입구, 의료원 입구 사거리, 경희대 의료원을 거쳐 회차한 후 다시 회기역으로 돌아온다. 총 다섯 정거장을 왕복하는, 서울시에서 가장 짧은 버스노선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23 대중교통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동대문 01 버스의 평일 하루 평균 이용인원은 6,19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혼잡한 노선으로 꼽혔다. / 손지연 기자

동대문 01은 일반 시내버스와 같은 크기의 차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회기역에서 내린 승객들이 이 버스를 타고 경희대와 경희대의료원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지하철에서 내린 승객들이 환승해 탑승하는 수요가 많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의 서울시 버스노선별 승하차 인원 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동대문 01 버스를 이용한 총 승객 수는 21만1,345명에 달한다.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매달 21만여명의 교통을 책임지는 노선인 셈이다.

24일 오전 8시 30분경, 회기역 앞에 정차한 동대문 01번 버스에 탑승객들과 함께 승차했다. 1호선 회기역 앞 정류장에서 탑승해 이동한 인원은 총 30명이었다. 취재 당시 버스 안에 탑승해 있는 모든 승객들이 회기역에서 내려와 곧바로 버스로 환승했다. 버스 안에는 “환승했습니다”라는 안내음성이 계속해서 울렸다.

회기역에서 만난 회기동 주민 김영숙(60대·여) 씨는 “01번 버스가 배차 간격이 짧아서 기다려도 금방 버스가 와서 그 점은 편리하다”며 “하지만 사람이 몰릴 때는 회기역 안(지하철 역사 안)까지 줄을 길게 서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노선도 짧고 배차도 많아 오전에는 3분에 한 대씩 차가 들어왔다. 간혹 배차가 동시에 두 대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배차 시간이 짧다 보니 사람들은 이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 것으로 보였다.

이날 회기역에서 탑승한 승객들은 모두 회차 정류장인 ‘경희대 의료원’에서 하차했다. 이 역은 경희의료원 부지 내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내린 승객 중 경희대학교 학과 점퍼를 입은 학생들을 비롯해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청년들은 모두 학교 안으로 이동했고, 50대에서 60대 혹은 그 이상의 연배로 보이는 노년층은 곧바로 의료원으로 향했다.

이날 회기역에서 탑승한 승객들은 모두 회차 정류장인 ‘경희대 의료원’에서 하차했다. 동대문 01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대부분 경희대학교와 경희의료원이 목적지다. 사진은 동대문 01 버스의 회차지인 경희의료원(경희대 의료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모습. / 손지연 기자 

동대문 01을 운영하는 우리운송 관계자는 24일 기자와 만나 “편도 기준 거리는 850m인데 서울시에서도 이용객 수가 1위”라며 “현재 최대 인원에 맞춰서 5대가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전 10시 30분까지가 탑승객이 가장 많은 시간대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5대에서 차를 더 투입하면 차량이 너무 많아서 곤란했고, 1대를 빼자니 배차 간격이 길어져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손님이 많아진다”며 “일단은 환승(할인)이 되니까 회기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모두 이 버스를 탑승해 경희대와 경희의료원으로 간다”고 했다.

경희대 의료원에서 대여섯 명의 승객을 태운 동대문 01 버스는 다시 회기역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에도 다른 정류장에서 탑승하는 승객은 없었다. 회기역에 도착한 동대문 01번 버스는 길게 줄을 선 승객들을 가득 태우고 다시 의료원으로 향하길 반복했다.

경희의료원은 오전 8시 30분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이른 오전부터 진료 시작 시간에 맞춰 의료원으로 향하는 노령층이 많았다. 직장인들의 출근시간보다 조금 늦은 오전 9시 반부터는 학생들이 훨씬 많아졌다.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경희대 의료원 정류장에서 만난 이미영(가명·60대·여) 씨는 ‘회기역에서 택시를 타고 (경희의료원까지) 이동하는 분들도 많은데 택시는 이용 안하시냐’는 질문에 “요새 택시비가 너무 비싸서 타고 다닐 엄두를 못 낸다”며 “그나마 마을버스로 환승이 되니까 걷지 않고 이 버스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한편 캐나다의 한 연구 논문(‘Impact of health and transportation on accessing healthcare in older adults living in rural regions’, 2023)에 따르면 대중교통 수단이 의료 서비스의 접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