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의 ‘친절한 Law Talk’] 아파트 관리비 미납자의 주차장 제한, 정당한가
최근 한 법원의 판결이 아파트 생활에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3가합35039). 관리비를 장기간 미납한 세입자에게 아파트 관리단이 주차장 사용을 제한한 조치가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단순한 금전적 채무 불이행이 아닌, 공동주택 생활의 질서와 권리에 대한 깊은 고찰을 요구한다.
이번 사건은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세입자인 원고는 2020년부터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았고, 관리단은 여러 차례에 걸쳐 미납 시 주차장 사용이 제한될 수 있음을 통보했다. 결국 2023년 5월, 관리단은 내용증명을 통해 관리비 납부와 함께 주차장 사용 제한 및 법적 조치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원고는 이러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세입자는 자신이 아파트 거주자로서 주차장 사용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차장을 유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나 사전 안내가 없었다며 관리단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반면 관리단은 관리비 미납 세대에 대한 주차장 사용 제한이 아파트 관리규약에 명시되어 있으며, 사전에 충분한 통보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관리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관리비 미납에 따른 주차장 사용 제한이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세입자가 장기간 관리비를 미납하여 다른 거주자들에게 피해를 주었으며, 관리단이 여러 차례 경고와 독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납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관리단의 조치는 합리적이고 정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판결은 아파트 관리규약의 중요성과 그 효력을 재확인시켜주는 사례다. 집합건물의 관리규약은 강행법규에 위반되지 않는 한 유효하며, 구분소유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합리적인 제한을 할 수 있다. 특히 관리비 미납 세대에 대한 주차장 사용 제한은 사회적 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합리적인 제재로 인정됐다.
세입자와 입주민들은 아파트 관리규약에 대해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관리비 미납이 단순한 금전적 문제를 넘어 주거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주차장 사용과 같은 생활 편의시설에까지 불이익이 미칠 수 있으므로, 관리비 납부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관리단 역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미납 세대에 대한 조치를 취할 때에는 사전에 충분한 안내와 소통이 필요하다. 법과 규약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도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 없이는 갈등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공동체 생활에서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그 균형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개인의 책임과 공동체의 질서가 조화롭게 유지될 때, 비로소 안정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