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팩트(237)] 기후변화는 해수면을 높인다?

높아지는 해수면, 기후변화가 ‘직접적 원인’… 과학계, 1990년대부터 지속적 연구 결정적 요인은 ‘극지’ 이상기온… 남극 얼음 다 녹을 시 해수면 56m 상승 한국도 위험지대… 해수면 상승 시 태풍 해일 위협도 커져

2024-10-31     박설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꾸준히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고수한다. 특히 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다. 지난 8월 선거 유세 현장에서 “향후 400년 동안 일어날 해수면 상승은 고작 8분의 1인치(0.32cm)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미국 대선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 대선 후보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꾸준히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다. 지난 8월 선거 유세 현장에서 “향후 400년 동안 일어날 해수면 상승은 고작 8분의 1인치(0.32cm)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바닷가가 있는 좋은 부동산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후위기에 우려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롱성 발언을 한 바 있다.

물론 현재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기정사실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부정하는 음모론, 뜬소문이 퍼지는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공인, 그것도 미국 전 대통령이자 현 대선 후보의 주장은 더욱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같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발언은 철저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그의 발언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일지라도 말이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국내외 과학계 전문가들의 연구결과 등을 종합해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간 상관관계를 정리해봤다.

과학계에선 ‘기후변화는 해수면 상승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최근 급격히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수십 년간 전 세계 과학자들이 진행한 연구 결과 모두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사실’이라는 결론을 가리키고 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 높아지는 해수면, 기후변화가 ‘직접적 원인’

일단 과학계에선 ‘기후변화는 해수면 상승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최근 급격히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수십 년간 전 세계 과학자들이 진행한 연구 결과 모두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사실’이라는 결론을 가리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IPCC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IPCC는 유엔(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1988년 설립한 국제기구다. 인간 활동에 대한 기후변화 위험 평가 임무를 수행 중으로 해수면 상승 관련 연구도 수십 년간 이어오고 있다.

보고서에서 IPCC는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 ‘SSP5-8.5’를 가정, 향후 지구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했다. SSP5-8.5란 산업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고려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다. 화석연료 사용량은 가장 많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 확대를 가정한다.

IPCC의 연구 결과,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유지될 경우 2100년 해수면은 1986년에서 2005년 대비 평균 0.43m~0.84m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대 상승 높이는 무려 1.1m 수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했던 ‘400년간 8분의 1인치’보다 훨씬 큰 수치다. 또한 2100년 이후에도 심해의 지속적 열 흡수 등이 이어져 수 세기 동안 해수면이 높아질 것이라 예측했다.

IPCC 보고서뿐만 아니다. 이미 과학자들은 30여년전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경고해왔다. 1992년 국제지질과학학술지 ‘테라노바(Terra Nova)’ 5월호에 게재된 연구 결과다. 이 연구는 미국 웨슬리언대 지구환경과학과, 예일대 지구변화연구센터, 영국 캠브리지대 지구과학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 지구과학부가 공동 진행한 것이다.

공동 연구진은 지난 1500년 동안의 상대적 해수면 상승과 기후 변화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13~14세기경인 서기 1000~1300년과 1400~1700년엔 해수면이 사실상 상승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나마 1200년의 시간 동안 해수면이 약간 상승한 것은 약 600년간 지속된 두 번의 온난기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산업혁명 이후 해수면 상승 속도는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500년 사이 발생한 두 번의 습지 침수 기간은 서기 1700년에서 1850년, 1860년에서 현재까지 발생한 기온 상승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미래 인간 활동에 의해 유발된 지구 온난화는 해수면 상승으로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지역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를 수는 있으나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주기는 매우 짧으며 반응 시간은 수십 년 또는 그 이하”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가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은 ‘극지(極地)’ 기온 상승 때문이다. 실제로 극지가 가진 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구상 전체 얼음 부피는 2,860만㎦ 수준. 이중 2,540만㎦의 얼음은 남극에, 290만㎦는 북극(그린란드)에 있다. 각각 모두 녹을 시 해수면은 56.2m, 7.1m 상승하게 된다. 사진은 남극의 빙하 모습./ Gettyimagesbank

◇ 녹아내리는 ‘극지’… 현재는 북극, 미래는 남극이 ‘위기’

기후변화가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은 ‘극지(極地)’ 기온 상승 때문이다. 실제로 극지가 가진 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구상 전체 얼음 부피는 2,860만㎦ 수준. 이중 2,540만㎦의 얼음은 남극에, 290만㎦는 북극(그린란드)에 있다. 각각 모두 녹을 시 해수면은 56.2m, 7.1m 상승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극지방 빙하가 녹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극지연구소(KOPRI) 이원상 빙하환경연구본부장 연구팀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남극 빙하(AIS) 및 그린란드 빙하(GrIS)의 해빙(解氷) 현상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높이는 각각 0.6~1.9cm, 1.5~3.1cm 사이일 것으로 예측됐다. 전체 평균 상승 예상치는 3.6cm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남극과 북극 두 지역에서 얼음 질량 변화로 인해 발생한 지구 평균 해수면 변화로 인한 지역적 해수면 변동성을 조사했다”며 “그 결과 이질적인 해수면 변화가 주요 도시가 위치한 저위도 지역에서 더 두드러진 해수면 상승을 일으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남극과 북극 중 현재 기후변화의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북극이다. 최근 10년 동안 북극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 속도는 10% 빨라졌다./ Pixabay

남극과 북극 중 현재 기후변화의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북극이다. 지난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미국 캘리포니아대(UCI)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북극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 속도는 10% 빨라졌다. 반면 남극 빙하 해빙 속도는 32% 늦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뜨겁고 건조한 하강풍이 북반구 지역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그린란드 빙하는 바람 없이 햇빛만 비춰도 녹아버릴 정도로 약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책임자 찰리 젠더 UCI 지구시스템 과학과 교수는 “그린란드 빙하에서는 바람으로 인한 해빙 현상이 10.3~12.8% 증가했다”며 “이는 북대서양 진동(북극의 찬 공기의 극소용도리가 수 십일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 하는 현상)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더운 바람이 결합 현상 때문으로 총 해빙 수준은 34~39.8%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극이라고 해서 안전지대인 것은 결코 아니다. 박태욱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팀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를 보호하는 ‘빙붕(Ice shelf)’에 구멍이 뚫리고 있음이 확인됐다. 빙붕은 빙하와 연결된 얼음벽이다. 수백 미터 두께의 빙붕은 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유입되는 속도를 늦추고 외부에서 오는 따뜻한 바닷물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 스웨이츠 빙하가 녹을 경우 지구 해수면 높이는 5m 가량 상승하게 된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를 ‘운명의 날(Doom’s Day)‘ 빙하로 부른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의 관계즌 수년간 발간된 수백 수천 건의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수백명의 전문가의 검토를 통해 도출한 결과”라며 “이는 간단히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으로는 북극 그린란드 빙하가 더 빠르게 녹고 있지만 2030년에서 2050년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그 이후엔 남극의 얼음이 그린란드보다 더 많이 녹아 해수면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우려’를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파나마 북동부 카리브해 연안 섬마을 카르티 수그투푸(Carti Sugtupu)은 최근 해수면 상승으로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AFP

◇ 한국도 해수면 상승 위험지대… 태풍 해일 위협도↑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우려’를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파나마 북동부 카리브해 연안 섬마을 카르티 수그투푸(Carti Sugtupu)은 최근 해수면 상승으로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파나마 정부는 2050년까지 섬이 완전히 물에 잠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1,300여명의 주민을 본토로 이주시킬 계획을 발표했다. 마을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기후 난민’이 돼 버린 것이다.

이는 먼 해외 국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역시 해수면 상승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2050년 한국 인천시 해수면은 지구 평균보다 10% 높은 약 4c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뉴욕, 시드니 등 5개 주요 해안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원상 본부장은 “한국을 비롯한 중위도와 저위도 연안 국가들이 해수면 상승의 위험 지역”이라며 “극지 빙하가 녹으면서 나타나는 해수면 상승 피해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해수면 상승 추이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국립해양조사원에서는 해수면 변동률을 1956년(목포, 부산)부터 최대 67년 이상 관측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면 높이는 매년 3.03mm 높아지고 있다. 가장 높게 상승한 지역은 울릉도 주변이다. 연평균 5.31mm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반면 남해안은 비교적 낮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역시 해수면 상승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 추이를 봤을 때 2050년까지 우리나라 해수면은 1950년대보다 65cm에서 70cm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김용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순환기후연구부 부장(책임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가장 적은 온실가스 배출의 경우에도 2050년에는 35cm 해수면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며 “최근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 자체가 지수함수적(급상승)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보다 빠른 해수면 상승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 추이를 봤을 때 2050년까지 우리나라 해수면은 1950년대보다 65cm에서 70cm 정도 상승할 것”이라며 “이 같은 추이가 유지될 경우 2100년에는 110c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국내 기후 특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철 태풍,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때문에 해수면이 높아질 경우 거센 풍랑, 해일의 피해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의 연구에 따르면 2100년 기준 경남 마산과 전남 여수 지역에 태풍 해일이 발생할 경우 지금보다 각각 67cm, 41cm 높이가 상승할 전망이다.

김용선 해양순환기후연구부 부장은 “2003년 태풍 매미 당시 부산, 여수에서 태풍 해일의 높이는 약 2m 정도였다”며 “2100년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같은 강도의 태풍이 불면 해일 높이가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십 년에 걸친 데이터, 낮은 변동성으로 20년 전만 해도 해양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실제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간 연관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는 완전히 두 현상의 상관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파리협정 당시 선정했던 1.5℃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 추이를 넘어간다면 지구 환경의 ‘뉴 노멀’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 최종 결론: 사실

 

근거자료 및 출처
Sea Level Rise and Implications for  Low-Lying Islands, Coasts and Communities
2021. 08.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Empirical projection of global sea level in 2050 driven by Antarctic and Greenland ice mass variations
2023. 12. 20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Relative sea-level rise and climate change over the last 1500 years
1992. 05 Terra Nova
Wind-Associated Melt Trends and Contrasts Between the Greenland and Antarctic Ice Sheets
2023. 08. 29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전문가 인터뷰
  • 김용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순환기후연구부 부장(책임연구원)
  • 이원상 극지연구소(KOPRI) 빙하환경연구본부장(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