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新 마을버스 보고서⑨] TB노믹스와 교통복지의 저울추

2024-11-15     김두완 기자
마을버스는 교통복지 측면에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대부분 비수익 노선이다.  ‘수익성’이라는 경제적 논리와 ‘교통복지’라는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저울추 균형은 어떻게 맞춰야 할까. / 시사위크

시사위크=정소현·김두완·이미정·제갈민·박설민·권신구·전두성·손지연 기자  이 기획은 ‘마을버스가 사라진다’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 이후 마을버스의 운송원가가 지속 상승하면서 마을버스 업체들이 문 닫을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져서다. 지자체마다 교통복지의 측면에서 재정지원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통계상 마을버스 노선은 증가했고 마을버스가 없던 지역선 새롭게 마을버스가 생겨나기도 했다. ‘수익성’이라는 경제적 논리와 ‘교통복지’라는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저울추는 어디쯤 맞춰져 있을까.

◇ 마을버스 관리 미흡, 그리고 아쉬움

마을버스는 법률상 노선버스(일정한 노선을 따라 운행하는 버스)다. 다른 노선버스(시내버스, 농어촌버스, 시외버스 등)와 법률상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다. 다만 다른 노선버스가 운행하기 어려운 구간을 다녀야 한다. 기점에서 거점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도록 법률상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버스를 ‘대중교통의 실핏줄’이라 부르기도 한다.

시·군·구 구석구석을 누비는 마을버스는 교통복지 측면에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대부분 비수익 노선이다. 고지대·벽지에서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정류장 등 교통거점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기 때문에 이용객이 많을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대외환경의 변화(이용객 감소, 인건비, 유류비 상승 등)로 인해 적자운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을버스 업체들은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통해 적자운영을 보존하고 있다. 시사위크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실시한 결과, 2023년 마을버스에 투입된 재정지원금 총액은 약 2,18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대비(2,030억원) 7.5% 증가한 규모다. 다만, 정보 ‘부존재’ 처리를 한 지자체의 데이터는 반영하지 못했다.

사실 정보공개청구 과정에서 많은 아쉬움이 존재했다. 이처럼 국민 세금이 적잖이 투입됨에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미 공개된 자료인데도 ‘자료가 없다’거나, ‘공개할 수 없다’고 답한 지자체도 꽤 많았다. 정보공개를 요청하자마자 재빠르게 ‘비공개’ 처리한 경우는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긴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 그래픽=박설민 기자

우선 지자체별로 ‘마을버스’의 개념을 다르게 해석했다. 취재팀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마을버스운송사업자로 등록된 업체에 지원된 지원금 현황을 살펴보고자 했지만, 어떤 지자체의 경우엔 ‘마을(동네)을 돌아다니는 버스 형태의 운송수단’으로 이해하는가 하면, 또 어떤 곳은 시내버스를 마을버스와 동일시 하기도 했다. 그만큼 지자체 담당자별로 ‘마을버스’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상이하고 부족했다. 이 때문에 ‘마을버스 관련 정보공개청구’에 시내버스 등의 데이터를 혼용해 제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마을버스 관련 업무 담당자가 없는 사례도 있었다. 마을버스 지원금 규모 및 지원내역 등이 제대로 취합·관리되고 있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미 공개된 자료인데도 ‘자료가 없다’거나, ‘공개할 수 없다’고 답한 지자체도 꽤 많았다. 정보공개를 요청하자마자 재빠르게 ‘비공개’ 처리한 경우는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긴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특히 매년 전수조사를 진행해 발표하는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대중교통현황조사’ 자료도 데이터 내용이 정확지 않았다.

물론, 서울·경기 등 대도시와 달리 지역은 마을버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그 역할도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체계적이고 투명한 관리의 중요성은 대도시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 마을버스가 싣고 달리는 ‘진짜 가치’

마을버스에 대한 행정상 관리의 아쉬움은 컸다.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곳곳을 누비며 교통약자를 책임지는 필수 이동수단임에도, 마을버스를 시내버스의 부수적인 운송수단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보였다.

하지만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겐 그 가치가 남달랐다.

부산 해운대 전통시장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린 사람들이 줄지어 버스를 타고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시사위크는 이번 마을버스 기획취재를 위해 전국을 돌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만남 속에서 마을버스에 대한 분명하고도 명확한 가치를 확인했다.

마을버스는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출발점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목적지로 가기 위한 최후 수단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한 번도 타볼 일 없는 버스지만, 다른 어떤 이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교통수단이다. 마을버스를 타야 병원을 갈 수 있고 마을버스를 타야 읍내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해시 묵호역 인근 마중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고재완(42) 씨는 “시내버스는 놓치면 다른 버스를 탈 수 있지만 마을버스는 꼭 그 버스를 타야 한다”며 “보기에는 시내버스와 다를 바 없지만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가치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평창의 한 복지회관에서 만난 이종배(가명·57) 씨에게 마을버스는 “동네사람들과 만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랑방”이고, 정선 와와버스 차고지 인근 마트에서 만난 한 주민에겐 “마을의 자랑”이며, 40대 나지영(46) 씨에게는 “세상으로 이어주는 문”이다. 

춘천 중앙시장입구 정류장에서 만난 나씨는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 상태였지만 마을버스란 이동수단이 생겨 시내에서 아르바이트 등 재취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춘천 중앙시장입구 정류장에서 만난 나지영(46, 사진 위) 씨는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 상태였지만 마을버스란 이동수단이 생겨 시내에서 아르바이트 등 재취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 시사위크

이는 비단 인구가 적은 ‘지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서울에서 비교적 뒤늦게 마을버스를 도입한 송파는 교통거점이 되는 지하철역까지 마을버스를 운행함으로써 주민들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을버스에 대한 특별함은 승객들만의 것이 아니다. 마을버스를 직접 운전하는 기사들에게도 그 가치가 소중하다.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어딥니까. 솔직히 임금이 적은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공영제가 되면서 월급 밀릴 걱정 안 해서 좋아요.” / 평창 마을버스 운전기사님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승객)이 있다는 게 고맙죠. 자주 보니까, 이젠 서로 집안 얘기도 하고… 승객들이 가족 같아요. 요즘같은 세상에 ‘고맙다’ ‘감사하다’ ‘좋다’ 소리 듣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 정선 와와버스 운전기사님

“차비가 100원이에요. 다들 차에 타면 웃음이 끊이지 않아요. 무엇보다 벽지에 살고 계신 분을 모시고 이동할 때면 꽤 뜻깊은 일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 양구 행복마을버스 운전기사님

시사위크는 이번 마을버스 기획취재를 위해 전국을 돌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만남 속에서 마을버스에 대한 분명하고도 명확한 가치를 확인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도심에서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히 승객을 실은 마을버스도, 한적한 시골길에 한두 명 승객만 태운 마을버스도 저마다 존재 이유와 가치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마을버스는 대부분 ‘민영제’로 운영됨에도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금이 지속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교통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의 교통복지를 위해서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불편(배차간격, 운행횟수, 승차불편 등)을 겪고 있다.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한 선택이지만 ‘민영제’로 운영되는 취지를 고려한다면, ‘경제성’과 공공 지원금 투입에 따른 ‘효율성’을 점검해 봐야 한다. 이제는 인구 구조변화, 지역소멸 등 대외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지원금 투입만이 답이 아닐 수 있다.

또 지원금이 투입됐다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공공의 재원이 그 목적과 취지에 맞게 잘 사용됐는지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TB노믹스(TownBusnomics)와 교통복지 사이 저울추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