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탄핵정국에 해묵은 계파갈등… 원내대표 ‘권성동-김태호’ 2파전

2024-12-11     손지연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집무실에 '일방적인 의사운영' 관련 항의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표주재 비공개 중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퇴한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대신할 새 원내대표를 12일 선출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 첫 원내대표를 지낸 원조 친윤(친윤석열) 권성동 의원과 계파색이 옅은 영남 중진 김태호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2파전 구도가 됐다. 사실상 친윤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세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 ‘탄핵 정국’에 계파 갈등

여권 내부에서는 당이 위기 상황인 만큼 경선을 치를 게 아니라 의원총회에서 추대하는 방식으로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위태로운 당을 수습할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계파 갈등이 벌어지면서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진회의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경험이 있고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운 5선 권성동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론’이 불거졌다. 

나경원 의원은 중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진들은 권 의원이 되는 게 적합하다고 의견이 모아졌다”며 “협상력과 추진력이 있다”고 했다. 나 의원은 ‘추대 형식이냐’는 물음에 “중진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의견이 모아졌다”며 “한 분 정도 이의를 표하기는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권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가 “적절치 않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에 한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진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친한계는 친윤계 원내대표의 추대를 막기 위해 중지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친한계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단톡방에서 원내대표 투표 건으로 논의가 있었다. 

고동진 의원은 텔레그램 메시지로 친한계 의원들에게 “원대투표 건 중지 모읍시다! 권 의원 등 기존 용산과 가까웠던 분들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우재준 의원은 “원대 후보 접수 (오후) 5시까지 아닌가요”라며 “적당한 후보 있나요”라고 답했다. 이들이 메시지를 나눈 시각은 오후 2시경이었다. 

한동훈 지도부 출범 이후 비상 계엄 직전까지 친윤계로 꼽히는 추경호 원내대표와 친한계 인사들의 당내 갈등이 이어져 왔다. 친한계는 다시 친윤계 원내대표가 추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급히 계파색이 옅은 중진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의원은 원내대표 입후보 신청 마감 15분 전에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서류 제출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이 (원내에서) 소수인 데다 단합해야 하지 않느냐”며 “단합을 위해 한쪽 색깔이 강하지 않고 정치 경험이 풍부하단 의견을 당원들이 주셨다. 그런 의견이 (출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는 손피켓이 붙어 있다. /뉴시스

◇ 권성동 VS 김태호, 탄핵 표결에 동상이몽

원내대표 출사표를 낸 김 의원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에서 친한계 의원들의 발언과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탄핵소추안 표결에 대해 “부결이 당론이었고 혼란을 일단 막기 위해서였다”며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당론의 결정에 우리가 같이 동참했다고 보시면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2차 탄핵안에 대해 당론으로 탄핵 찬반을 정하지 않고 각 의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주 표결 참석 계획’에 대해 “분위기가 또 더 달라졌다”며 “아마 전체 당론을 통해 본회의장에 자유의 의지를 가지고 투표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했다. ‘투표에 참여하시는 거냐’는 질문에 “아마 그렇게 생각해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진짜 국민을 생각하고 국가를 생각하는 그런 정치적 모습도 우리가 엄연하게 보여줘야 될 때가 됐다”고 했다. 원내대표 선거가 친윤-친한계의 계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저는 계파에 의존해서 지금까지 정치를 하지 않았다”며 “그런 게 있다면 제가 좀 뜯어 고치겠다”고 답했다.

반면 권 의원은 아직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새로운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탄핵 반대’ 당론을 강조했다. 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 제명이나 우리 당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우리 당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이미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탄핵 반대 당론’이 결정됐고 그 당론의 변경을 위해선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데 아직까진 ‘탄핵 반대’가 당론”이라고 밝혔다. 

그는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김상욱 의원이 대통령과 가까웠던 사람이 원내대표를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데 대해 “지금 이런 ‘친윤 프레임’을 자꾸 걸고 있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고 우리 의원들 모두가 하나돼 단합하고 협력할 때라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가 되면 저를 비판하는 의원들을 포함해서 모든 분들과 협력해서 이 상황을 타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