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내년 ‘운수권 재배분’ 사활… 베이징·상하이 알짜 운수권 풀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독과점 해소 조치 제주항공·이스타항공 경쟁 치열 전망

2024-12-13     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을 방지하고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노선 운수권을 재배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에는 중국 베이징,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알짜 노선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됨에 따라 정부에서는 독과점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수권 및 슬롯(항공기 이착륙 횟수)을 재배분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재배분 대상 운수권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알짜 노선도 포함돼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운수권 확보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재분배 대상 노선은 △서울∼시안·선전·장자제·베이징·상하이·톈진·창사 △부산∼베이징·칭다오 △서울∼오사카·나고야·삿포로·후쿠오카 △부산∼오사카·나고야·삿포로·후쿠오카 △서울∼자카르타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해당 노선에 LCC의 우선 진입을 지원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자회사·계열사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3사는 참여할 수 없다.

아울러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 유럽·미주 운수권 및 슬롯을 다수 지원 받았다. 티웨이항공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시정조치에 따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4개국 노선에 취항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 슬롯을 보유하며 로스앤젤레스(LA)·뉴욕·시애틀·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 등의 노선에 일부 진입했다.

이런 만큼 이번 운수권 배분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양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에어로케이도 있지만 보유 항공기 대수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 신규 운수권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노선의 슬롯은 이스타항공이 다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이하 공취위)에서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 피치항공 3사에 오사카·나고야·삿포로·후쿠오카 노선의 슬롯 재분배 우선권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노선의 경우 운수권·슬롯 배분 우선권이 주어진 항공사가 없다.

먼저 ‘동남아시아 최대의 비즈니스 도시’로 평가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노선의 운수권과 국내공항 슬롯 반납이 이뤄져 LCC들에게 재분배된다. 업계에서는 자카르타 노선 운수권 확보 가능성이 높은 항공사로 제주항공이 거론된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중에서 유일하게 인천∼인도네시아 발리·바탐 노선을 운항 중인 항공사다. 지난 10월 발리·바탐 노선에 취항한 제주항공은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항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만큼 국토부에서도 제주항공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노선 운수권을 배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보다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중국이다. 운수권 재분배가 이뤄지는 중국 노선 중에서 ‘향후 대체 항공사 선정 필요’ 대상에는 서울∼베이징·상하이·선전·시안·장자제·창사·톈진 및 부산∼베이징·칭다오 9개 노선이 포함됐다.

공정위 측에 따르면 이번에 재분배되는 운수권은 대한항공이 취항 중인 노선 운수권 일부를 회수해 LCC들에 나눠주는 방식이다. 한 지역에 2개의 공항 노선을 취항한 경우라면 LCC들이 요청하는 공항 운수권과 슬롯을 재분배한다.

현재 대한항공이 취항 중인 베이징 노선은 서우두공항(수도공항)이다. 이러한 만큼 재분배 대상 베이징 운수권은 서우두공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우두공항은 다싱공항에 비해 베이징 도심까지 거리가 가까워 여행객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로 관광·상용 등 수요가 상당한 노선으로 분류된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인천∼베이징 노선 연간 이용객이 100만명 이상을 꾸준히 기록했다.

아울러 상하이 역시 중국 내에서 관광수요가 가장 많은 노선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9년 기준 인천∼상하이(푸동) 노선을 이용한 여객은 200만명 이상을 기록했고, 올해도 1∼11월 기준 154만명 이상에 달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황금노선으로 불리는 지역의 운수권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상당하다”며 “다만 중국 노선의 경우 그간 국토부의 운수권 배분 성향을 살펴보면 한 항공사에 베이징과 상하이 운수권을 모두 몰아줄 것 같지는 않은 만큼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최종 마무리’ 발표 자료
2024. 12. 12 공정거래위원회